터치 한 번으로 회사가 무너졌다
터치 한 번으로 회사가 무너지다니, 과장된 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손가락 하나로 회사가 망하고 주식 시장이 출렁이는 일은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팻 핑거(Fat Finger)’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직역하면 ‘두꺼운 손가락’이라는 뜻인 ‘팻 핑거’는 증권 업계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사고로, 투자자가 실수로 잘못된 숫자를 입력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주문을 넣어 큰 사고로 이어지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팻 핑거에 의한 사고는 국내, 해외를 막론하지 않고 일어나며 형태도 아주 다양한데,
오늘은 그중 대표적인 사례들을 함께 보면서 이게 나에게는 무슨 상관이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 실수 한 번으로 112조 원어치 주식이 생긴 날
팻 핑거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금융 시장을 흔들 만큼의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해외 / 국내에서 발생했던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살펴봅니다.
[해외 사례]
1. 2005년, 일본 미즈호증권 직원이 61만 엔 상당의 주식 1주를 팔려다 61만 주를 1엔에 내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순식간에 약 400억 엔의 손실이 발생했죠.
2. 2010년 5월, 미국의 한 투자은행 직원이 100만 단위의 거래를 10억 단위의 거래로 잘못 누른 일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15분 사이에 다우-존스 평균 주가가 무려 9.2% 하락하는 ‘플래시 크래시’ 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3. 2015년, 독일 도이체방크 신입 직원이 상사가 휴가 간 사이 헤지펀드와 외환 거래를 하면서 60억 달러(약 6조 원)를 잘못 입금했다가 되찾은 일이 있었습니다.
4. 2022년 5월, 씨티그룹 트레이더가 거래 입력 오류를 범해 일부 유럽 증시가 급락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란, 단기간 급락 후 낙폭이 회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국내 사례]
1. 2010년, 미래에셋증권 직원이 파생상품 계약 15,000건을 건당 0.8원에 매수해야 하는데 80원에 매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약 12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죠.
2. 2013년 12월, 한맥투자증권 직원이 프로그램 매매 과정에서 코스피200 지수 선물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잘못 입력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내게 되면서 약 460억 원의 손실을 입은 후, 회사는 결국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3. 2018년 2월, 케이프투자증권 직원이 코스피200 지수 선물 옵션을 이론가 대비 20% 가까이 낮은 가격에 주문했습니다. 이로 인해 약 6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단 2분 만에 케이프투자증권 그해 순이익의 절반 규모가 날아가게 되었죠.
4. 2018년 4월,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 283만 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배당하는 대신 1,000주를 배당했습니다.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 배 뛰어넘는 28억 1,295만 주(약 112조 원)의 유령주식이 발행된 것이죠. 이를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이 배당 받은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약 94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매매한 유령주식은 무려 501만 주였습니다. 이로 인해 삼성증권의 주가는 폭락해 하루 아침에 시가총액 약 4,100억 원이 증발했고, 이들 16명은 형사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
🤔 나에게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팻 핑거는 대부분 기관이나 트레이더의 실수에서 비롯되지만, 그 여파는 결국 일반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가격 왜곡이 생기게 되면 설정해두었던 자동 주문이 잘못 작동하거나, 가격이 급등락하며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매매로 손실을 입는 경우도 많죠.
특히, ETF나 파생상품처럼 연동 구조로 되어 있는 종목은 연쇄적으로 가격이 출렁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과 거래소에서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과 기관의 방지책]
1. 킬 스위치(Kill Switch)
: 주문 실수로 대량 착오 매매가 발생했을 때 일괄 취소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즉 착오 주문이 발생했을 때 증권사가 신청할 경우 거래소가 해당 계좌의 미체결 호가를 일괄 취소하고 추가 호가 접수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2. 대규모 착오 매매 구제 제도
: 시장 가격과 너무 동떨어진 가격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착오 매매에 대해, 증권사가 신청할 경우에는 거래소 직권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3. 단일 주문 수량 제한 강화
: 한국거래소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이후 단일 주문의 주식 수량 한도를 해당 종목 상장 주식의 5%에서 1%로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
🙄 오늘 주가 왜 이래… 혹시 팻 핑거 아냐?
아무리 제도가 갖춰져도, 사람이 실수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손이 개입되는 한 변수는 늘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요.
시장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거나, 뉴스에는 아무 말도 없는데 주가가 요동칠 때면 어쩌면 그 원인이 정말 ‘터치 한 번’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죠.
리멤버에 계신 여러분들 중에는 위에 소개된 사례들을 실제 경험하셨던 분들이나,
그밖에 기억에 남는 주식 시장의 이상현상이 더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위처럼 큰 규모의 ‘주식 시장 사고’ 는 아니더라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본인이나 동료가 실수로 일으켰던 사고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혹시 팻 핑거로 인해 발생했던 기억에 남는 이야기나,
실수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본인만의 대처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다른 분들께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 콘텐츠는 리멤버x든든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