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역사를 읽고 쓰는 이유
제가 역사를 읽고 쓰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접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길잡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고, 후대 사람들은 오늘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를 과거의 한 단면으로 읽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역사를 읽고 쓰는 행위는 곧 현재를 깊이 이해하고, 미래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고려 말 권문세족의 권력 다툼이나 조선 초기 왕자의 난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떻게 경쟁자를 제거하고, 어떤 논리와 명분을 세워 정당성을 확보하는가는 시대가 달라도 놀라울 만큼 유사합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와 여론이 그 역할을 대신할 뿐, 결국 권력을 향한 경쟁의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 세계 또한 비슷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은 마치 중세 봉건 영주들이 성과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던 양상과 닮아 있습니다. M&A는 고대의 정복전쟁을, 전략적 제휴는 과거의 군사동맹을 떠올리게 하지요.
이처럼 역사를 읽으며 발견하는 유사성은 큰 통찰을 줍니다.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며 조선의 사화나 당쟁이 겹쳐지고, 어떤 기업가의 선택을 보며 진시황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야망이 연상될 때, 저는 역사의 반복성과 인간 본성의 불변성을 절감합니다. 이는 단순한 교훈을 넘어, 오늘의 뉴스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안목을 줍니다.
역사를 읽는 즐거움은 또한 인물의 삶을 통해 얻게 되는 감정적 울림에서도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단종의 비극을 읽을 때는 권력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처연함을 느끼고, 세종대왕의 업적을 되새길 때는 한 사람의 리더십이 어떻게 한 나라의 르네상스를 이끌 수 있는지를 깨닫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실패한 군주나 몰락한 나라를 보며, 권세와 번영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이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어떤 위치나 성공도 절대적이지 않으며, 늘 겸허하고 준비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역사를 쓰는 과정이 큰 기쁨을 줍니다. 역사를 읽는 것만으로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머물지만, 글로 정리하다 보면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차분히 재구성하게 되고, 인물들의 성격과 선택이 어떤 파장을 낳았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제 자신의 삶과도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내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인가, 나는 나의 환경 속에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역사를 읽고 쓰는 효익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적인 즐거움과 사색의 기쁨을 넘어, 실질적인 사고 훈련이 되기도 합니다. 복잡한 사건을 원인과 결과로 나누어 이해하는 능력, 다양한 시각에서 인물을 해석하는 능력, 시대를 가로지르며 공통된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오늘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기업 경영자들이 역사를 즐겨 읽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불변하는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전략적 판단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역사는 즐겁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서사 속에 작은 인간의 이야기가 교차하고, 권력과 야망, 사랑과 배신, 승리와 몰락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드라마를 만나게 됩니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고, 때로는 더 비극적이며, 무엇보다 사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강렬합니다. 저는 이 거대한 이야기의 바다 속에서 놀며, 동시에 제 삶의 작은 의미들을 찾아내는 행복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역사를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지적인 기쁨을 주고, 오늘을 이해하게 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힘을 줍니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면서 현재의 해석이고, 동시에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