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한 10년 차, 구글 문서에 나타난 동물들🐶🐻🦊🐮
입사 10년 차. 위에서는 실적으로 쪼아대고, 아래로는 이른바 'MZ세대' 후배들 눈치 보느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영락없는 '낀 세대' 파트장이 되었습니다.🤷🏻
어느 금요일 오후, 퇴근을 불과 두 시간 앞두고, 임원분께서 월요일 아침까지 기획안을 전면 수정하라는 날벼락 같은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사무실 공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 되었습니다. 주말 데이트, 약속 들떠있던 후배들 표정이 굳어가는 걸 보니 도저히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지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짐을 챙겨 일어나며 쿨한 척 한마디 던졌습니다.
"다들 알람 끄고 주말 푹 쉬어. 이건 내가 주말에 뼈대 다 잡아놓을 테니까, 월요일에 와서 살만 붙이자."
후배들은 "앗... 넵 파트장님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칼같이 퇴근했고, 저는 씁쓸한 마음을 안고 주말 아침 동네 카페로 출근했습니다. 혼자 노트북을 켜고 팀 공유 구글 문서를 열었습니다. '하아, 언제 다 하냐' 한숨을 푹 쉬며 멍하니 깜빡이는 커서만 보고 있었죠.
그런데 그 순간, 구글 문서 우측 상단에 동그란 프로필들이 하나둘씩 뿅뿅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칼퇴했던 우리 팀 막내부터 후배들 4명이 약속이나 한 듯 구글 문서에 동시 접속을 한 겁니다. 당황한찰나, 문서 맨 윗줄에 [강아지 이모티콘 🐶유저]가 타자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파트장님 혼자 주말에 냅두면 저희 월요일에 체해서 밥 못 먹습니다. ㅋㅋㅋ 빨리 파트 분배해 주시죠. 2시간 컷 하고 넷플릭스 보러 갑시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카페 한가운데서 정말 코끝이 찡햤습니다. 개인주의라고 섭섭해했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지더라고요.🥲
결국 구글 문서 안에서 4마리의 동물(?)들과 함께 미친 듯이 커서를 움직이며 집단 지성을 발휘한 결과, 이틀 치 분량의 일은 단 두 시간 만에 완벽하게 끝이 났습니다.
전국의 모든 낀 세대 선배님들, 그리고 묵묵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후배님들 모두 다음주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