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이가 운전 연수해준 덕분에 여자친구 부모님께 점수딴 썰
과후배로 만난 경민이. 대학 시절부터 저를 졸졸 따라다녔죠.
맨날 경민이와 소주 달리고 당구치고 짜장면 먹는게 일상이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저는 서른 초반, 사회생활 n년차의 평범하고 잘생긴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장롱 면허였습니다. 운전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운전 불가'의 남자였던 거죠.
제가 꼬시고 싶었던 그녀는 대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여자로,
전남친이 대대장 운전병 출신이었고 운전을 매우 잘했습니다.
그녀와 여차저차 연애를 시작한 뒤로 매우 행복했지만 제 마음 한켠에는 '운전 불가'의 남자라는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뚜벅이 생활에도 그녀는 불편한 기색을 하나도 내비치지 않지만 전남친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저에게는 항상 마음 속 불편함이 자리하고 있었거든요.
여느 때처럼 경민이와 소주를 기울이던 날, 경민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죠.
경민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 뭔 고민이세요. 제가 밤마다 운전 연수해 드릴게요. 올해 안에 무조건 마스터시켜 드립니다. 대신 연수 끝나면 소주 한 잔 사주셔야죠!"
경민이는 저와 달리 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잘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경민이의 희생(?)이 시작되었습니다. 경민이는 본인의 피곤한 시간을 쪼개서 퇴근 후 제 집앞에서 만나 운전을 가르쳐 주며 악마 같은 코치로 변신했습니다. 저의 운전 미숙에 짜증 낼 법도 한데, 경민이는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끈기 있게 가르쳐줬습니다. '브레이크 부드럽게 밟는 법', '주차 공식', '고속도로 차선 변경 팁' 같은 실용적인 내용 외에도 "형, 운전은 매너예요. 항상 상대방을 배려해야 합니다" 같은 따뜻한 조언까지 곁들여줬죠.
덕분에 저는 혼자서도 시내 주행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특히 여자친구 집까지의 코스는 여러번 연습했기에 마스터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여자친구 부모님께 짐을 실어드리러 20분 거리를 차로 모셔다 드린 적이 있습니다.
운전 내내 긴장했으나,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모두 만족하셨습니다.
특히 아버님께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운전 안 하려고 하던데 참 듬직하네'라는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과묵하신 어머님께서는 '운전하는게 꼭 ㅁㅁ이 같다'라고 하셨는데요.
어머님네 집안에서 가장 운전을 잘하는 분이 여자친구의 사촌오빠(ㅁㅁ이)인데, 그 사촌오빠처럼 부드럽게 운전을 잘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극찬이었던 거죠.
이 모든 건 경민이의 헌신적인 노고 덕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경민이에게 한우를 거하게 샀고 4차까지 기억을 잃을 정도로 달렸습니다.
아직도 운전할때마다 경민이의 "형, 운전은 매너예요. 항상 상대방을 배려해야 합니다" 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후배가 이젠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도와준 은인이 된 셈이죠.
연말이 되어 훈훈한 글이 많이 올라오길래 저도 몇 자 찌끄려 봅니다.
이자리를 빌어 경민이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네요.
경민아 형 결혼하면 사회자는 너가 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