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네요..
결혼한 지 아직 1년이 안 된 신혼입니다.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부터 부모님께 약 4억 정도 지원을 받았고, 저는 부모님 지원이 어려워서 2천 지원에 제 돈 6천을 더해 준비했어요. 시어머님의 아들사랑과 조금은 옛스러운 사고방식으로, 결혼 전부터 제가 상처 받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래서 더욱 덧없이 지내고 싶어하시는 시부모님과 다르게 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연애 때부터 저희는 성격 차이와 시댁 문제로 갈등이 잦았고, 남편은 싸움이 극단으로 갈 때면 ‘헤어지자’, ‘이혼하자’라는 말을 쉽게 꺼냈습니다. (물론 저도 극단으로 가는 데 기여했습니다) 본인은 늘 이별의 마음이 진심이었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은 습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가 잡으며 설득했구요.
최근 명절에 시댁 문제로 크게 다투면서 양가 부모님께까지 이혼 얘기가 오갈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지만, 상담을 통해 서로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맞춰왔습니다. 남편도 ‘희망이 보인다’, ‘앞으로 이혼 얘기는 안 하겠다’며 사과했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녀 계획 이야기를 나누거나 애정 표현을 하며 분위기가 괜찮았습니다. 남은 상담은 시댁 문제 중심으로 진행하자고도 지난 주말에 이야기했었고요. 저도 마냥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닌 노력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본가에 다녀온 주말 이후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갔다온 후, 시댁 관련 대화를 하던 중 서로 의견이 엇갈리자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남편이 이혼 고민을 하던 때에 그동안 제가 쌓아왔던 시댁 관련 불만을 시댁 식구들에게 한꺼번에 쏟아냈어서 시댁 식구들이 저를 불편해하고 있거든요. 이건 남편 자신도 잘못한 부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본가에 갔다온 이후, 남편의 태도는 더욱 단호하게 변하며,
“나는 아내보다 우리 가족이 먼저다”, “우리가 4억 해온 만큼 기대할 게 있는데 당신은 그걸 못 맞춰줄 것 같다” (애교부리는 며느리, 추후 시부모님과 같은 건물 거주, 언제든 시간만 되면 식사 편하게 등), “당신은 우리 가족과 잘 못 지낼 것 같으니 나는 가족을 선택하겠다”라는 말을 하며 다시 이혼 얘기를 꺼냈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서로 다정하게 지내고 애정 표현까지 나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돌변한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남편은 “그때의 다정함은 노력이었고, 지금이 진짜 마음”이라고 말하지만, 저에게는 배신감과 혼란만 남습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과 거리두며 지내고 싶다고 하던 사람이 지금은 “그땐 너만 보고 너 맞춤형 생각으로 말한 거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도 받아들이기가 버겁습니다.
저는 그동안 책임감 때문에 관계를 붙잡고 버텨왔지만, 제가 느끼기에 남편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점점 비교적 쉽게 이혼 이야기를 꺼낸다고 느껴지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못한 채 저에게 상처 주는 말을 반복합니다.
머리로는 이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고작 20대 후반에 감수할 경제적 손실과 쌓아온 정, ‘이혼녀’라는 타이틀이 크게 느껴져서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이젠 정말 받아드려야 하는 걸까요..?
상담으로 점점 나아지는 거 같았는데, 정말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