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무능력한 아빠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외동아들을 키우는데, 제목 그대로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12살 아들이 저에게 무능력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자기도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장난이었다고 하는데 머리가 멍해 지더군요
혼도 내고 와이프도 당황해서 아이를 혼 내는데 그 말들이 더 상처가 되는군요
가족 단톡방에 남긴 글을 옮겨 적어봅니다.
참 힘들고 무섭고 아픈 밤이네요.
일단은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ooo이라는 가장과 함께 하며 무능력한 사람과 함께하는 두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단순히 12살 아이가 실수로 하는 말을 너무 확대 해석 해서 못나게 받아들이는 저의 못남도 미안합니다.
마신 술의 영향도 있을거고, ooo라는 아들을 키우며, 행복했고, 감사했고, 미안했고, 몇 천 번을 돌이켜 보아도 좋았던 날들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가 되는 날 인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른 답게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일인가 싶습니다.
내가 술을 마셔서 그러나..
과민반응인가..
12살 아이가 뭘 알아서 그런 말을 했겠나.. 생각합니다.
저의 자격지심이겠지요. ooo라는 아들을 키우며 내심 아닌 척, 잘난 척, 괜찮은 척 했지만 못해준 게 많았다는 죄책감? 자괴감?의 일환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참 속상합니다.
내 삶을 송두리 째 뽑힌, 빼앗긴 기분입니다.
내가 살아 무엇하나 생각도 듭니다.
압니다,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어른답다는 것. 아빠 답다는 것. 하지만 이미 부정 당하기도 했고, 지금 이렇게라도 정말 심각하게 잘못 했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으면 괴물을 키워 낼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좋은 언어로, 참 된 어른으로, 모범이 되어서 ooo라는 아이를, 사람을, 어른을 키워내고 싶었는데,
아들에게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처량한 한 남자가 되어보고 나니, 비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내 목숨을 내어주고도 아깝지 않을 한 사람에게 들은 무능력이라는 단어가 못내 뼈져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진짜로 그런 내 모습을 애써 감춰왔던 것을 들킨, 부끄러움 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내가 ooo라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복잡한 마음을 몇 마디 문장, 글자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록으로 남겨놓는것이
이따금 ooo라는 한 사람으로, 성인으로, 남자로, 어른으로 살아갈 당시에 자그마한 이정표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플 수도 있겠지만, 작은 깨달음이라도 될까 싶어 글로 전합니다.
오늘 아드님께 사과를 받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요.
앞으로 살며, 나아가며 나 아닌 타인에게 내가 쓰는 용어, 말투, 언어, 행동이 상대방에게 잊지못할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금전적으로는 무능력한 아비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삶의 지혜일지 모릅니다.
아들, 당신이 평생 이 진실을 아로새겨, 다시는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아비인 내가 상처 받더라도 앞으로 아들이 만날 세상에서 두 번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많이 속상하고, 아프고, 쓰라리고, 내가 왜 살아야하는 지 부정받는 밤이지만,
나아가며, 생각하며, 고민하며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무능력한 아빠로 남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밤 인것 같습니다.
세상이 경제적인 능력으로 평가 받는것이 서글프지만, 내가 그 동안 살아온 아빠로서의 삶이 부정당한 느낌이지만,
어쩌겠습니까.. 내가 당신의 아버지인 것을.. 못나 미안하고,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이런 아빠라 미안합니다.
오늘은 참 힘든 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