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배신한다
노력이 늘 배신해온 건 아니었다.
영어시험 전날 교과서를 다회독 하면 고득점이 나왔고,
대학시절 과제에 충실하고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던 4년이란 시간동안의 노력은 내게 수석졸업이라는 보답을 줬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노력은 배신했다.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부터 사교육과 방과후수업 등을 모두 포함해 10개 정도의 교육을 받아왔고
중학교 고등학교때는 학교와 독서실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고3시절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며 스트레스로 글자를 읽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고 그때 난 정신과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실패자가 되었고, 부모의 인생이 담긴 교육비는 헛된 투자가 되었으며, 나는 부모의 자랑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세상을 등지고 살아왔다.
시간은 흘렀다.
열심히 했을 때 보답받지 못하는 이벤트는 대학입시로 끝났을거라 믿고있었다.
회사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책임감있게 맡은 일을 잘 해냈다.
내게 일 시키는 상사들은 입을 모아 나를 특별한 직원이라고 칭찬했다.
회사를 위해서, 대표들을 위해서, 내 상사들을 위해서, 나는 나를 위하지 못했다.
야근과 과중한 업무와 사내정치 스트레스로 육신도 정신도 나빠졌다.
하지만 열심히 한 만큼 보답을 받을거라 생각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믿었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남보다 2, 3배, 3, 4배의 일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내가 기대한 보상은 내가 아닌 다른 직원들에게 흐르고 있었다.
일은 안하고 회사를 향해 협박하는 직원들에게 돈이 흐르고, 나에게는 일만 더 흘러들어왔다.
올해는 3개월도 더 남았지만 올해는 내게 줄 보상이 없단 공식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 내가 그동안 헛된 노력을 했구나.
이제부턴 열심히 하면 나만 더 힘들겠구나.
남들처럼 최소한의 일만 해야 내가 살 수 있겠구나.
노력은 배신했다.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돈 받는 만큼만 일하자, 라는 말이 현명한 거였구나.
나는 이제 회사를 등지고 살아가려 한다.
회사와 대표와 상사가 아닌, 나를 위해서 노력하려 한다.
최소한의 일만 할 것이고, 퇴근 후 남는 체력을 나를 위해 쓰려고 한다.
나는 이제 조용하게 회사와 헤어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