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개매너 보면 피가 끓었는데, 이젠 '급똥인가 보네' 하고 맙니다.
예전의 저는 겉으로 티가 좀 덜 났다 뿐이지, 속으로는 불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일 못하는 동료 보면 답답해서 화나고, 무례한 사람 보면 며칠씩 씩씩거리고, 운전하다 끼어들기 당하면 혼자 욕하고... 세상 모든 부조리에 화낼 준비가 되어 있었죠.
근데 오늘, 정말 황당한 업무 실수를 수습하면서 '뭐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후배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서 일을 두 번 하게 생겼는데, 예전 같으면 대체 이걸 왜 이렇게 해놨냐고 속으로 열불을 냈을 제가 오늘은 그냥 '그럴 수 있지. 수습할 수 있는 게 어디야.' 하고 덤덤하게 넘기고 있더라구요.
상사가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해도, 예전엔 '이게 말이 돼?' 하고 속으로 스트레스 받았다면, 지금은 '그래, 저 양반도 위에서 얼마나 쪼았으면 저러겠나...' 하고 넘기고요. 운전하다가 누가 끼어들어서 큰일날 뻔 했는데도 사고 안 났으면 그냥 '급똥인가 보네.' 생각하고 맙니다.
이게 마음의 그릇이 넓어진 건지, 아니면 그냥 화낼 에너지조차 없어진 건지 헷갈리긴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날 선 마음이 많이 무뎌진 것 같네요.
'그럴 수 있지.'
요즘 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인데 이 말이 참 마법 같네요.
다들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어떨 때 '아, 나도 이제 진짜 어른이 됐구나(혹은 늙었구나)' 하고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