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때문에 와이프랑 싸웠습니다.
와이프 개가 있는데 원래도 입질을 좀 합니다. 장모님도, 와이프도, 저도 물린 적이 있어요. 저는 개가 사람에게 입질하는거 용납 못한다는 생각이지만, 장모님과 와이프는 생각이 다릅니다. 저도 뭐 제 개가 아니고, 키우는 것도 장모님이 키워서 크게 신경 안썼네요.
그런데 지난 주말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장모님 댁 근처에 살아서 가끔씩 개를 데려오곤 하는데, 이번에 개가 큰 수술을 해서 저희집에 며칠간 머물렀어요. 수의사가 개가 수술한 부위 핥지 못하게 꼬깔 잘 씌우라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풀어져있는거에요. 그래서 꼬깔 씌우려고 하니까(위협을 한 것도 아닙니다) 이녀석이 물어서 피가 철철철 났습니다.
진짜 제대로 화나서 개를 때렸고, 이 기회에 이녀석 제대로 버르장머리 고쳐야겠다 생각했는데 와이프가 제지했네요. 이후로는 저에게 괜찮냐는 말한마디 없이 개 편만 드는 와이프에게 정말 서운한 감정을 느꼈고, 와이프랑도 싸웠습니다.
결국 흥분한 상태로 개 데리고 장모님댁으로 개를 돌려보냈고, 장모님 보자마자 “개한테 물려 피가 났고, 와이프랑도 싸우게 되었다” 라고 하소연 했습니다. 장모님은 벙쪄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더군요.
아무튼 그리고 개를 내려다 놓고 오려는데 이녀석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또 따라나오려고 했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정말정말 잘못한 부분인데, 장모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면서(“너 이새끼 어딜 나오려고해” 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발로 못따라 나오게 막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바로 나와서 와이프에게 혼났는데, 와이프는 제가 장모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개한테 발길질을 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발길질 했다는 것은 동의 못하지만(발길질은 타격이고, 막는 것은 타격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충분히 발길질로 보일 수 있고, 장모님 앞에서 예의없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니까, 저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장모님이 저의 폭력적인 모습에 놀라신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저는 한편으로는 서운했던게, 와이프도 장모님도 저에게 그 자리에서 “괜찮아?” “안다쳤어?“ 라는 말한마디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개를 때렸어도 세게 때린게 아니라 개는 상처 하나 없습니다. 저만 피가 철철철 났죠.
암튼 그래도 제가 잘못한 것은 잘못한거니 오늘 장모님께 죄송하다는 사과 카톡을 드렸습니다(원래는 당일 찾아뵙고 사과드리거나, 전화로 하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장모님 많이 놀라셔서 오늘 카톡으로 하라고 말했네요)
제 사과문에는 핑계처럼 들릴만한 당시에 경위가 있지만, 그래도
“지난 주말 장모님 앞에서 제가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인 것은 명백히 제 잘못이며,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장모님 앞에서 무례한 행동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분명히 잘못을 인정하며, 그런 모습을 다시는 보이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라는 표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근데 와이프는 이걸로 부족하다는 입장이고, 장모님은 읽고 답장도 없으시네요. 이제는 진짜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사과를 더 해야할지, 말아야할지요..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피 철철철 나는 사람에게 괜찮냐고 묻지도 않은 장모님과 와이프에게 서운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