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nglish] "영어의 달인이 돼라(영달돼)"를 적게 된 단상, 영어란 무엇인가?
안녕하세요.
글로벌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수식어가 아니라, 너무도 일상적인 개념이 되어 버렸습니다. 비즈니스와 업무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외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졌고, 글로벌 비즈니스와 오퍼레이션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라 기본적인 전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영어라는 도구가 놓여 있습니다.
"영어의 달인이 돼라(영달돼)"는 그런 환경 속에서, 한 명의 영어 학습자로서 영어를 바라보며 느꼈던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보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영어 때문에 느끼는 부담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계속 마주해야 하는 현실.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영어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영어를 어떤 존재로 대하고 있는 걸까.
자, 그럼 이제 영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영어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부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너무 일반적이거나 상식적인 이야기들은 잠시 접어두고,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첫 번째입니다.
영어는 언어다. 본질적으로 공부나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영어는 말입니다. 한국어도 말입니다. 그 점에서 두 언어는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영어는 어렵다”, “문법이 생소하다”, “구조가 한국어와 다르다” 같은 생각들은 영어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영어를 외국어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모든 언어는 고유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로 자립합니다. 이 말은 곧, 언어는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나 아직 말이 미숙한 아동에게 우리는 “말을 잘 못한다”거나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나 아슈크림 말고(물고) 이서(있어).”
이렇게 말해도 아무도 그것을 틀렸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아직 미숙할 뿐입니다. 언어는 원래 점진적으로 정교화되고 고도화되는 것이지, 틀리고 맞음으로 재단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언어에는 본질적으로 오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이것입니다.
영어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되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전통적인 영어 교육에서 영어는 이해의 대상이었습니다. 영어 지문을 읽고 해석해야 하고, 영어를 들으며 의미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문에 밑줄을 긋고, 단어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미간을 찌푸리며 독해합니다.
하지만 언어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언어의 본질적인 작동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언어는 읽거나 듣고 난 뒤에 억지로 모국어로 바꿔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말, 이미 익숙한 맥락을 접했을 때 바로 의미를 인지하는 것이 언어의 본래 모습입니다. 즉, 이해하려 애쓰는 대상이 아니라, 이해가 되는 대상입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상대가 “THANK YOU!”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 말을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담긴 감사의 감정이 즉각적으로 전달되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입니다. 바로 그 지점이 언어의 작동 방식입니다.
또 하나 짚고 싶은 점은, 영어 지문을 읽거나 영어를 들을 때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순간 뭔가를 잘못하고 있거나 집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 시점에서의 노력으로 당장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안 되는 것은 현재의 퍼포먼스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축적되어 온 영어 경험과 노출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입니다.
영어는 실행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영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 영어는 오직 실행의 대상입니다. 실행이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것. 영어는 그 실행의 대상일 뿐입니다.
물론 공부나 학습이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설명을 듣고, 강의를 듣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보완적이고 보조적인 수단입니다. 특정 언어의 언어 역량이 발전하는 길은 결국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다만, 언어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일상적인 실행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언어는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기 전에, 사용해야 할 대상입니다. 실행이 쌓이면 결과로서 발전이 따라오는 것이지, 발전을 목표로 삼는 순간 실행은 경직되기 쉽습니다.
다시 말해, 언어는 실행 그 자체입니다. 계속 사용하고, 계속 접하고, 계속 실행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생각과 아이디어를 더 자유롭게 이해하고 표현하며 교환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것이 언어의 본질이고 속성입니다. 영어 역시 거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수많은 언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어를 더 잘하려는 방법에 앞서, 영어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이고 본질적인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영어의 달인이 돼라"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쓰고, 느끼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이어가 보려 합니다.
부연하자면 "영어의 달인이 돼라"는, 영어를 더 잘하려는 조급함보다는 영어를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영어를 통해 생각을 이해하고, 감정을 읽고, 맥락을 느끼는 힘을 키워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표현들, 단어들, 그리고 영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