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께 여쭙니다, 제가 나약한 걸까요?

06월 29일 | 조회수 13,833
쌍 따봉
알수도있음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이렇게 글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소속된 업계가 좁다 판단되어 구체적인 업종과 상세한 회사 현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겠습니다. 저는 며칠 뒤면 지금 회사에서 입사 4년 차에 접어듭니다. 입사 당시 뭐 하나 내놓으리만치 준비된 게 없던 저는 "나 같은 사람을 써주는 회사가 어디 있겠나" 싶어, 돈과 시간을 따지지 않고 본가를 떠나 그리 멀진 않지만 타지인 이곳에서 묵묵히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밤늦게까지 허덕이다 퇴근 후 겨우 씻고 누우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내일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신이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로 여겨집니다. 쓰면서도 부끄럽지만 제가 부족하여 학업적인 성취가 없었다는 것 제가 너무 잘 압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오지 않았던 저에겐 어쩌면 당연한 순리겠죠. 이미 늦은 걸 알지만 키워주신 부모님 그리고 살아온 동안 신세 졌던, 살펴주셨던 모든 분들께 욕 보이지 않도록 요행을 바라거나 요령을 피운 적 없다 자신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그런 걸까", "타고난 팔자가 사나운 걸까" 하는 생각들이 제 스스로를 몰아세우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많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지나오신 분이 있다면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말씀드리기 한정적이지만, 인적 규모로만 놓고 보면 회사는 입사 당시 저를 포함하여 4명, 비교적 최근 법인으로 전환되어 상시근로자 인력 10명 안팎을 유지한 소규모 스타트업, 실습을 마치고 성인은 되었지만 어린 티를 벗지 못한 20대 초, 그리고 4년제 대학을 갓 졸업한 학사 신입들 20대 중후 연령대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뒤에 언급하겠지만, 저도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보기에도 아직 많이 미숙한 친구들입니다. 그나마 이들 중 서른을 넘긴 제가, 대표를 제외하고는 제일 나이 많은 직원입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계실 선배님들께서는 간략하지만 소개만으로도 눈치채셨을 겁니다. "관리 직급이나 경력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괴짜가 아닌가", "이런 곳이 여태껏 어떻게 연명해 온 건가" 이 안에서 제가 경험한 일들을 조용히 적어보려 합니다. 공유라고는 없는 업무 지시 회의나 외부 미팅 참석 등의 내용은, 사후에 생길 업무와 실질적으로 관계도 없는 엄한 직원과 동행하거나 단독으로 소화하시고선 일절 공유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시점이 다소 늦은 지시 혹은 마감 직전이 돼서야 "이건 네가 해야 해"라는 식으로 일이 떨어집니다. 이는 혼선을 발생시키고 계획도 없이 시작해, 늘 뒷수습은 저를 포함한 일부 관계 직원 몫입니다. 하기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게 가장 피부로 닿는 그리고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입니다. 보상 없는 성과와 시간 몇몇 직원들(현재 중도 퇴사)과의 일말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야근 수당, 출장비(식대 지급, 그 외 유류비 등 기타 실비)는 지급된 적이 없었습니다.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면 몫을 드리겠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 실제로 받은 건 급여 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언급한 직원들과의 불화를 동반한 그 사태를 겪었음에도 아직까지 야근 수당은 지급된 바 없지만, 그래도 최근 출장경비에는 신경을 써주는 추세입니다. 이런 시간들을 돌아보면, 씁쓸한 마음과 함께 여러 감정이 교차하네요. 이 시대에 참,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참으로 용감하신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고용을 은혜로 포장하는 대표 불만을 말하면 돌아오는 건 고용을 시혜처럼 여기며, 회사 내 구조적 문제를 감수해야 할 대가처럼 정당화합니다. "여기 잘난 사람 누가 있냐", "이 정도도 감사히 여겨야지"라는 분위기 속에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합니다. 일방적 승진, 책임만 늘고, 의미 없는 직급 대표는 종종 말합니다. "이제 늙은 내가 뭘 얼마나 더 하겠냐", "이건 너희 회사야" 하지만 실제로는 방향도, 인사도, 주요 결정도 모두 대표 본인의 입에서만 나옵니다. 협의, 동의는커녕 사전 통보조차 없습니다. 최근엔 일방적으로 특정 직원 몇을 승진시키는데, 이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 아니냐 하실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직원 본인조차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승진을 해도 급여는 전 직원 모두 동일하게 오릅니다. 차등 인상도 없고, 역할 변화에 따른 보상도 없습니다. 대개 최저임금 인상분 정도이거나 10만원을 한도로 전 직원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그러니 직급만 올랐지, 실제론 책임만 늘고 아무런 권한이나 실익은 없습니다. 대표는 말로는 "너희가 주인"이라 하지만, 모든 결정은 여전히 본인 선에서 단독으로 이뤄지고, 우리가 내는 의견은 묵살됩니다. 경험도 견문도 밝지 않은 저희인 걸 알기에 이해는 한다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이라도 아끼셨다면 덜 했을 텐데, 그 말은 결국 책임은 우리에게, 통제는 자신에게 두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여직원 대상 부적절 언행과 2차 가해 사연상 자녀분이 없는 대표는 "딸처럼 생각한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외모 품평, 특정 신체 부위 언급, 불필요한 접촉 등이 반복됩니다. 장난이라는 명목 아래 "못생겼다", "뚱뚱하다", "하체가 좋다" 같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습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불쾌한 기색을 보이면 "그건 오해다", "왜 그렇게 받아들이냐"라며 대표 본인이 오히려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히스테릭하게 굴기까지 합니다. 결국 피해자가 민감한 사람처럼 몰리고, 불편함을 표현할 길이 막힙니다. 야근의 유일한 보상은 밥, 그조차도 무의미 야근은 보상 없는 기본값처럼 여겨지고, 저녁 식사가 유일한 보상입니다. 하지만 직원들끼리조차 "밥 먹을 시간이 아깝다", "일의 흐름만 끊기고, 언제 다하고 언제 집 가냐"라고 할 만큼 그조차도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대표는 막상 일도 하지 않는 건 둘째치고, 둘러보시지도 살피시지도 않으면서 야근하는 직원들 사이에 끼어 그냥 밥만 먹고 퇴근합니다. 귀가를 하면 사모님이 계신데도 말이죠. 크게 기여하시는 바가 없다고 느껴지는 대표 제가 봐왔던 모습으로는 사무실에 앉아 주무시는 등,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주말 한정)을 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현재 자녀도 없으시고 가족과의 관계 때문인지 자택에 귀가도 필요 이상 늦게 하시고, 일엔 무관심하시면서 인사권만 쥔 채 조직을 쥐락펴락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 맞지 않는 자리에서 너무 치열하게 지난 3년을 보내온 것 같습니다. 그간 혼자 헤매며 겪어왔던 실패로 인한 불안, 좌절, 의심 등 그 어느 하나 자책으로만 그쳐왔지.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돌릴 생각조차 해본 적도, 이로 인해 남에게 영향을 끼치려 한 적도 없습니다. 기획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재무회계적으로나 관련 전공자도 아니었구요, 이런 일을 맡게 되리라 상상도 못했구요. 모든 게 한참을 못 미쳤습니다. 다만 내가 이 회사에 내놓을 수 있던 것은 오직 끈기, 노력, 배려, 성실, 시간, 친절, 일종의 희생 그뿐이더군요. 그래도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쉬쉬하고 눌러가며 곁을 지켜준 동기와 동료들이 있었고, 이 일에 뛰어들 당시 "내가 가진 스펙으론 못 해볼 기회"라며 본가를 떠나 혼자 살아가는 저를 뒷바라지해 준 가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 모두에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내가 무너져선 안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참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입사 당시 면접 아닌 면접을 통해 "지금 이렇지만 같이 해보자" 해주셨던 기억이 많이 흐릿해졌지만 아직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그마저도 그때 얘기가 됐던 직무에서는 상당 시간 이탈해 있구요. 이 회사에서 버려지면 내 손에 뭐가 남나 계속하여 걱정이 듭니다. 마치며, 참 적나라하게도 썼네요... 회사인지 보육원인지 구분도 안 가는 수준의 이곳에서, 가족은 물론이고 직장 내 어디 말할 곳도 없었다 보니 말이 길었습니다. 거슬러 시작할 당시를 생각하면 저도 준비가 안 돼있었지만 회사도 그랬던 것 같아요. 잘난 것 없었지만 작게라도 도와 회사를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게 건방진 생각이었다면, 그 말도 달게 듣겠습니다. 다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땐 분명히 대표님께 진심으로 마음의 빚을 지고, 그 결정에 후회하실 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소망이었습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려보니 모르긴 몰라도 대표님께서 가장 답답하시고 외로우실 텐데... 머리로는 알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만 놓고 모시고 있는 분을 욕 보이기만 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또 그리 좋지만은 않네요. 그래서인지 어느 하나 사실 아닌 것이 없다는 이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결국 애꿎은 선배님들 붙들고 하소연만 늘어지게 한 꼴이 됐네요. 부끄럽습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여기서나마 털어놓으니 한결 살 것 같은 게 결국 한 사람, 그리고 인간에 지나지 않나 봅니다. 허락도 구하지 못하고 귀한 시간을 빌려 배설에 가까운 긴 글 읽으시게 만든 점 죄송합니다. 그리고 빌려주신 적 없는 귀한 시간 내주시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이들 없으시겠지만, 내린 결론이라고 하자면 여기에 글과 함께 묻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끝으로, 이 글을 지나실 모든 분들께서도 앞으로 정말 많은 세월이 흐르겠지만, 진정 행복하시길, 오래 평안에 당도하시길 염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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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 따봉
    말라껭이
    억대연봉
    06월 30일
    이토록 상대가 느껴지는 글을 본적 있는가 글을 너무나도 잘쓰는 사람인거 같습니다. 학력. 스펙이 문제가 아니라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일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조직이라 그렇지 아직 어리십니다. 잠깐 쉬어도 되고 다른데 눈을 돌렸다 다시해도 될 나입니다 사람에겐 정도라는게 있지요. 한번 돌아보십시요 그리고 본인을 좀더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이토록 상대가 느껴지는 글을 본적 있는가 글을 너무나도 잘쓰는 사람인거 같습니다. 학력. 스펙이 문제가 아니라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일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조직이라 그렇지 아직 어리십니다. 잠깐 쉬어도 되고 다른데 눈을 돌렸다 다시해도 될 나입니다 사람에겐 정도라는게 있지요. 한번 돌아보십시요 그리고 본인을 좀더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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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
    다글다글
    6일 전
    댓글 쓰신 님도 글 너무 위로 받게 잘 쓰신거 같습니다. 좋은 분 같아요. 원글님, 이 댓글 넘넘 공감 입니다. 학력과 별개로 일을 잘하는 사람 있습니다. 저 또한 학력으로 내세울 것 없지만 고연봉으로 일 잘하는 포지션 입니다. 학력, 스펙에 위축되지 말고 잘하는 걸 잘 다듬어 다른 곳에 지원 해보세요.
    댓글 쓰신 님도 글 너무 위로 받게 잘 쓰신거 같습니다. 좋은 분 같아요. 원글님, 이 댓글 넘넘 공감 입니다. 학력과 별개로 일을 잘하는 사람 있습니다. 저 또한 학력으로 내세울 것 없지만 고연봉으로 일 잘하는 포지션 입니다. 학력, 스펙에 위축되지 말고 잘하는 걸 잘 다듬어 다른 곳에 지원 해보세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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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방승석
    티씨조아디오 문화예술진흥재단
    6일 전
    맞아요 대한민국 대통령 중 2명이 고졸임 ㅋ
    맞아요 대한민국 대통령 중 2명이 고졸임 ㅋ
    6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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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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