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바탕 퇴사썰
팀에는 여섯 명이 있었다.
A차장, B대리, C대리, D주임, E주임, 그리고 F사원.
A차장은 머리가 좋았다. 숫자, 계약, 보고서—그는 누구보다 완벽했다. 하지만 영업만 나가면 입이 굳었고, 팀장은 그런 모습을 못마땅해했다.
반대로 B대리는 영업의 귀재였다. 실적도 좋고 말도 부드러웠다. 문제는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절대 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아부 한마디면 팀장의 표정은 환하게 변했다.
C대리는 조용히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실력은 평균 이상, 성실함은 최고였다.
하지만 팀장은 유난히 그를 싫어했다. 이유는 없었다. 아니, 이유가 있더라도 아무도 몰랐다.
점점 팀장은 C대리에게 주임급 잡일을 몰아주기 시작했고, D주임의 진급을 챙기며 비교하듯 대했다.
D주임은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 꼼꼼했고, 책임감 있었고, 실수해도 끝까지 마무리했다.
“다음 승진은 D주임”이라는 말이 팀 안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다.
문제는 E주임이었다.
업무 능력은 떨어지고, 실수를 인정하지도 않았다. 같이 일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지쳐갔다.
그러자 팀장은 돌연 E주임을 C대리 밑으로 붙였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일들만 밀어 넣었다.
그 이후로 C대리는 회의가 없을 때도 회의실에 있었다.
처리해야 할 일들, 책임져야 할 문제들, 대체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어느 날, 조용히 사직서를 올렸다.
목소리도, 감정도, 불만도 없이.
C대리가 떠난 뒤, 팀장은 인사팀에 말했다.
“인력이 더 필요합니다. 이대로는 진행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차가웠다.
“지금은 어렵습니다. 당분간 충원 계획은 없습니다.”
그 말은 사실상 이렇게 들렸다.
버틸 사람만 버텨라.
그러자 이번엔 E주임이 흔들렸다.
일은 더 쌓였고, 숨을 곳은 없어졌고, 감추던 한계가 드러났다.
그도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두 배로 일했고, B대리는 세 배로 아부했다.
그리고 모든 실무는 아래로 흘렀다.
가장 먼저 무너진 건, 팀이 아니라 사람의 체력이었다.
과부하의 끝에서 D주임이 사직서를 올렸다.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이
팀의 마지막 체력을 끊어냈다.
그렇게 팀에는 세 명만 남았다.
A차장, B대리, F사원.
A차장은 여전했고,
B대리는 여전히 웃었고,
F사원은 두 사람이 흘린 일과 책임을 모두 받아냈다.
그제서야 팀장은 깨달았다.
떠난 사람들의 이유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버틸 이유가 없어서였다는 것을.
하지만 그 깨달음은
늘 그렇듯
너무 늦은 뒤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