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PD가 되는 시대

12월 06일 | 조회수 118
엑스날리지

우리는 오랜 시간 일을 ‘하는 것’이라고 배워왔습니다. 손으로 만들고, 발로 뛰고, 머리로 해결하는 것이 곧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가치는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고, 얼마나 많이 처리하며, 얼마나 스스로 해내느냐로 판단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문명의 변화는 늘 조용하게 시작되죠. AI의 등장도 그렇게 왔습니다. 감각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먼저 스며들면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AI는 글을 쓰고, 분석을 하고, 기획을 하고, 정리하고, 집을 운영하고, 보고까지 합니다. 예전에는 인간이 시간과 정신을 쏟아야 했던 일들이 점점 기계의 몫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변화 앞에서 사람들은 처음에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겠지만 조금씩 다른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의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맡는 일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계가 ‘하는 일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역할’로 이동합니다. 이것이 바로 프로듀서, PD의 자리입니다. 총괄자, 의미를 만드는 사람,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지요. 가정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집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사람이 직접 살피고 판단해야 했는데 이제는 AI가 먼저 감지하고 제안합니다. 우리는 선택만 하면 되죠. “이걸로 할까요?” “아니요, 조금 다른 스타일로요.”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획과 분석, 보고서 작성, 조율과 검토는 AI가 상당 부분을 도와주거나 대신하게 되고 인간은 방향성을 잡고 조정하는 역할로 이동할 수 있는 겁니다. 삶 자체가 하나의 스튜디오가 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제작하고 연출하는 PD로 서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핵심 역량은 지시하거나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능력,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감각을 갖는 능력입니다. 판단력, 취향, 미학, 가치관, 의도와 방향성 같은 것들이 이 시대 인간의 힘이 됩니다. AI가 제작진이라면 인간은 총연출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 “어디에 내 이름을 걸 것인가?” 인생도 비즈니스도 스스로 기획하고 연출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PD가 된다는 말은,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주는 시대라서 우리가 게을러져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인생의 설계권이 우리에게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흥청망청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살거나 주어진 구조 속에서 움직이거나 불가피함에 순응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내 삶을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 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조용하지만 강한 책임을 담고 있습니다. 모두가 PD가 되는 시대는 지루하거나 막막한 시대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스스로 편집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문명은 그렇게 우리를 새로운 자리로 부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은 무엇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무엇을 ‘정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 변화가 두렵기도 하고 가슴 뛰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연출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AI가 열어준 가장 흥미로운 자유입니다. 모두가 PD가 되는 시대 — 그것은 인간을 다시 내 삶의 연출가 자리로 되돌려 놓는 조용하지만 거대한 문명의 전환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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