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마스크 쓰고 결혼했던 시절 추억팔이 좀 해볼까 합니다
올해 마흔 하나, 결혼 6년 차입니다.
저희는 2020년 12월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한창 코로나가 절정이던 시기라 하객수도 49명으로 제한됐고, 신랑 신부도 마스크를 써야 했습니다.
저도, 와이프도 이 시기에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코로나가 좀 사그라들면 하자며 그냥 지내고 있었는데..
11월에 장모님께서 올해 안에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어요.
아무튼, 2020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결혼을 결정하고 나니 그 순간부터 모든 게 급하게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잘 안 나는데, 드레스 샵 돌고, 스튜디오 촬영하고, 메이크업 잡는 데 20일 정도 걸렸습니다. 와이프가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한두 번 가보고 바로바로 결정하자고 해서, 저는 그냥 따라다니며 고개만 끄덕였던 것 같네요 ㅎㅎ
그리고 결혼식 날, 역시 12월이라 엄청 추웠습니다 ㅠ 예식장 안은 따뜻했는데, 문제는 야외 촬영이었어요.
와이프는 어깨 훤히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야외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와이프 손이 점점 떨리더라구요. 촬영 막바지에는 와이프 이가 떨려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사실 와이프는 따뜻한 봄에, 야외에서, 햇살 받으며 결혼식 올리는 게 꿈이었거든요. 근데 엄마의 부탁에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계절에 선뜻 하겠다고 한 겁니다.
해외 신혼여행은 엄두도 못 냈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 대신 자가용을 타고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남해로 다녀왔습니다. 차 안에서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참 이쁜 곳이라며 신나했던 와이프, 그땐 그냥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좀 걸립니다.
결혼하고 나서 언젠가, 와이프가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있었어요. 결혼식 내내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제가 웃고 있었는지 떨고 있었는지, 친구들과 가족들 표정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요.
그때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봐도 드레스며 꽃 장식은 선명한데, 사람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표정도, 감정도 도통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비행기 티켓 대신 마스크 상자를 챙기던 겨울, 기내식 대신 휴게소 호두과자 먹으며 남해로 내려가던 차 안, 조수석에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제 짝꿍 생각이 요즘 따라 자주 납니다.
그때는 그냥 "코로나 시국에 겨우 결혼한 세대"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시간을 같이 버텨준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