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싫어하는 상사가 드디어 퇴사했습니다.
외국계 스타트업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제가 싫어하는 상사가 드디어 퇴사를 해서 다음 주부터는 그 분이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할 것이라 상대적으로 후련하지만 그 분께 제가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을 토로하지 못해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려 글 작성합니다.
그 상사는 영어가 출중하지도 않고, 저희가 하는 업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고, 그것을 배우려는 것보다는 있는 팀원들이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솔직히 더 윗 상사분께서도 왜 그 분이 매니저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 분을 잘 따르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 분이 잘하는 건 본인편 / 남의편을 가르고 철저히 본인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엄청 챙기고 아닌 사람에 대해서는 철저히 타자화합니다. 사무실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을만큼이요. 다만, 그렇게 본인 편이 생기면 있는 말 없는 말 다 하시던 분이죠. 입에 담을수도 없는 본인의 상사에 대한 험담, 시사에 대한 본인의 논평 등을 업무하고 있는 사람한테 굳이 개인 메세지나 좁은 사무실에서 논의하고 이야기를 하세요. 업무를 해야하는 동안인데도요. 저도 한때 본인편으로 인식됐던 모양인지 업무하는 와중에 자주 불편한 개인채팅이 왔고 제 속으로는 이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려고 하면 내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부정적 에너지를 사무실에 있는 동안 받겠구나 해서 그 분과 형식적인 관계로 유지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냈습니다.
이러다보니 예전과 다른 저의 모습이 당황스러워 자주 1:1 면담을 요청했고, 저는 간접적으로 같이 점심 먹는 것. 사무실에서 웃는 것 힘들다고 말씀드렸고 이에 상사 본인은 기다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전 솔직히 계속 그런 분위기로 지내며 상사 본인께서 저를 가만히 두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제 태도가 변화한 것 자체가 저를 오히려 신경을 더 쓴 방향이 됐던 모양이에요. 그 이후로는 인사하는 데 왜이리 밝게 안 하냐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는 태도가 그게 무엇이냐. 이메일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왜 본인을 참조에 넣지 않느냐(실제로는 넣었습니다) 등등. 전 제가 실수한 것에 대한 지적이면 받아들이겠지만, 그런 쪽으로만 저를 계속 신경쓰는 이 시선이 더욱 불편해졌습니다.
근데 그 분은 저를 이렇게 괴롭히시는 중에 사임의사를 밝혔던 사람이었고 그 후 한 달이 지난 최근에 퇴사하셨습니다. 어쩌면 그 분은 잘 지내려고 관심을 주고 싶었는데 그 관심의 방식이 저에게는 안 맞았는지 모릅니다. 솔직히 저는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못하기도 했고요.
이 글을 그분께서 보셔도 되고 안 보셔도 되는데, 꼭 이 말 한마디는 하고 싶었습니다.
"저 정말 힘들었고, 고작 당신 하나 때문에 이직을 고려해야했던 제 자신이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부디 잘 맞는 부하직원과 함께 일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