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가을 와인잔에서 시작된 우리의 평범한 사랑
작년 가을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모임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둘 다 85년생, 같은 나이였지만 처음엔 서로를 특별하게 보지 않았다.
그저 와인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나눴을 뿐이다.
“이 와인은 끝에 베리향이 남네요.”
“맞아요, 조금 천천히 마셔야 더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한 잔, 두 잔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와인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더 오래 나누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비슷한 순간을 많이 살아왔다.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바꾸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하게 하루를 버티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좋아했던 건 와인이 아니라
와인을 핑계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는 걸.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거창한 고백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퇴근 후 가볍게 한 병을 열고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묻는 사람,
그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
사랑은 대단한 순간에서 시작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사랑은
와인잔에 천천히 남는 향처럼
일상 속에서 조용히 스며들었다.
가을에 만났던 우리는
지금도 가끔 그 이야기를 한다.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그러면 둘 다 웃는다.
그날의 와인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공기와 서로의 표정은 아직도 선명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랑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함께 채워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조용히 잔을 부딪친다.
평범한 하루와,
우리의 사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