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에서 데려온 직원, 제가 너무 잘해준 걸까요?
저는 현재 중소기업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 한 명을 지금 회사로 데려왔고, 최근 이 직원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면서 관리 역할을 맡겼습니다.
지원·경영 쪽 부서이고 현재 팀 인원은 이 친구 포함 2명뿐입니다.
이 친구는 전 직장에서는 MD 업무를 했고, 현 직장에 와서도 처음에는 MD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MD로 근무하는 동안 제가 보기에는 업무에 대한 적극성이나 주도성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MD라는 직무 자체가 상품을 찾고, 거래처와 소통하고,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자리인데 그런 부분에서 이 친구의 성향과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친구가 전전 직장에서 경영지원 쪽 업무를 했던 경험이 있었고, 성향상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내고 영업적으로 움직이는 업무보다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숫자를 맞추고 자료를 관리하는 업무가 더 잘 맞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본인과 이야기한 뒤 지원·경영 쪽으로 부서를 이동시켰고, 현재는 제가 지시한 재무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면서 관리 역할도 함께 맡긴 상태입니다.
부서를 옮긴 지는 한 달 정도 됐습니다.
현재 이 친구 밑에 직원이 한 명 있는데, 그 직원은 기존 담당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 담당자는 이번 달을 끝으로 퇴사할 예정이고요.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 제가 이 친구에게
“기존 담당자가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니 이제 밑에 직원이 하는 업무도 좀 살펴보고 챙겼으면 좋겠다. 팀원이 그래봐야 한 명이니 관리자로서 업무 내용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회의 중 돌아온 대답이
“제가 그 일을 더 모르는데요?”였습니다.
순간 조금 당황했습니다.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라면 이해하겠는데, 과거 경영지원 업무 경험도 있고 매입·매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업무 자체도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그 직원보다 업무를 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리자가 됐으면 밑에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살펴보고 앞으로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 모르면 같이 보면서 파악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 친구는 제가 전 직장에서부터 같이 일했던 직원이라 개인적으로도 많이 신경을 써준 편입니다.
이직 후 운전이 익숙하지 않아 연수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결혼도 앞두고 있어서 차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회사에 이야기해서 회사 차량도 받을 수 있게 해줬습니다. 사실 직무 특성상 차량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도 아닙니다. 급여나 처우 등도 가능한 범위에서 계속 신경을 써줬고요.
그런데 제가 마음에 걸리는 건 이런 지원에 대한 보답을 바란다는 게 아니라, 관리자라는 자리를 맡았으면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부분입니다.
평소에는 저와 대화도 잘하고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업무적으로 본인이 하기 싫거나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나 태도가 바로 달라집니다. 입을 삐죽 내민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아침에는 기분에 따라 상당히 시큰둥한 편이고, 다른 동료들도 “아침에는 항상 피곤해하고 기분이 다운돼 있어서 웬만하면 말을 잘 안 건다”고 할 정도입니다.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할 때보다 이런 모습이 조금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이 됩니다.
MD 업무를 할 때 적극성이 부족해 보여서, 오히려 과거에 경험했던 숫자와 자료를 다루는 업무가 더 잘 맞을 것 같아 직무까지 변경해준 상황인데, 막상 관리 역할을 맡기고 나니 업무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새로운 책임을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가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전 직장에서 데려온 직원이다 보니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지, 제가 이것저것 챙겨준 만큼 저도 모르게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팀원이 한 명뿐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로 발령을 냈다면, 그 직원의 업무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역할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그 일을 더 모르는데요?”라는 말 자체보다도, 모르기 때문에 배워서 파악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나는 모르니 내 일이 아니다’처럼 느껴졌던 반응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제가 이 직원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관리자 역할을 맡긴 이상 이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준일까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