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안 온다고 달력을 찢을 순 없지.
Suddenly Me-EP.6
시간이 안 간다고 달력을 찢을 순 없지만,
기다리는 건 정말.....
그때, 그녀가 나타났다.
한글 교육 전문가.
그냥 "관심 있어요~" 수준이 아니었다.
진짜 이걸 업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한글 교육 회사에서 커리큘럼 짜고,
자기 동화가 실제 초등 교과서에 실린 적도 있는.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그 건가?”
나는 내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재미가 먼저, 교육은 그 다음인 한글 애니메이션이에요."
그녀는 바로 이해했다.
우린 같은 언어를 쓰고 있었다 —
말 그대로도, 비유적으로도.
진짜 드문 느낌이었다.
산속에서 와이파이 터진 기분.
그리고 며칠 뒤, 초안이 도착했다.
…괜찮았다.
아니, "이거 펀딩용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되겠는데?"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가 난처한 듯 한마디 했다.
“저… 아프리카로 선교 가야 해요.”
네? 지금요?
나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조금만요. 최소한 파일럿까지만 같이 해주세요.”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몇 번 공손하게 톡을 보내고, 살짝 애원도 했다.
그리고 돌아온 한마디는
조용한 “그럼요.”
속으로 박수를 쳤다.… 난 그걸로 만족했다.
예전에 함께했던 성우님도 합류했다.
그렇게 갑자기, 우리에게 팀이 생겼다.
작가, 성우, 그리고... 이상한 나.
계획을 세우고,
일정도 짰다.
그리고 닥쳐온 질문:
"근데... 누가 총괄해요?"
침묵.
그리고 조용히 깨달았다.
아… 난가?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진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됐다.
예전 방송 시절 감각에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 달랑 들고.
프로인 척?
처음엔 꽤 먹힌다.
근데 언젠간 우주가 청구서를 보낼까 두렵다.
경험(Experience) 이라는 제목으로.
항목별 내역:
– 환상속 일정
– 어딘가 있는 예산
– 언제가 올 멘붕
그때 ChatGPT라도 있었으면,
적어도 좀 있어 보이게 말은 했을 텐데.
그런 게 없었다.
그냥 나하고 포털, 그리고 YouTube.
그래서 결국…
내가 나를 채용한 꼴이 됐다.
무급. 무자격.
하지만, 현실적으로 즉시 투입 가능한.
그리고 바로 그때, 애니메이션 회사 부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작가 두 명 추천할 게요. 만나보고 선택하세요.”
그 순간,
하루면 바뀔 또 그 놈의 무한 긍정 호르몬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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