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없는 40년’ 을 상상해보신 적 있나요?
안녕하세요! 든든에서 연금투자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성일입니다.
리멤버에서 회원 여러분께 처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연금에 관심있는 독자분들이라면 보셨을 수도 있는, ‘마법의 연금굴리기’ 라는 도서를 통해 이미 저를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글들을 리멤버 회원여러분들과 기쁜 마음으로 나누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든든 주) 이번 글은 김성일 소장이 5/12일 주간동아에 기고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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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한 직장인의 사례 ]
신입사원이 된 딸아이는 월급날만 기다립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어지는 보상인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면서 어디에 쓸지 계획을 세웁니다. 옷도 사고, 친구와 뮤지컬도 보러 갑니다. 돈을 버는 것이 기쁘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직장생활이 계속되면서 월급날의 설렘은 점차 사라집니다.
직장생활 10년 차 과장이 됐을 때는 매달 받는 월급으로 카드 값, 휴대전화 요금,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통장이 ‘텅장’(텅 빈 통장)이 됩니다.
월급은 분명 많이 올랐는데 돈은 늘 부족합니다.
적금도 들어봤지만 몇 달 지나면 꼭 돈 쓸 일이 생겨 중도해지하게 됩니다.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나 동료도 다들 비슷하게 산다며 위안을 삼습니다.
직장생활 20년을 넘겨 팀장이 됐을 때는 승진자 연수에서 ‘연금’ 준비의 필요성을 듣습니다. 하지만 아직 은퇴가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매달 받는 월급에서 아파트 대출금과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저축할 여력이 없습니다.
30년 차 정년을 앞뒀을 때 남은 것은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예금뿐입니다.
그제야 앞으로 남은 노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함이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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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은 ‘지금 써도 되는 돈’이 아니다 ]
앞서 언급한 사례는 현재 고3인 딸이 성인이 된 이후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에 다니면서 받는 월급을 ‘지금 써도 되는 돈’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 돈은 온전히 ‘지금의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나’도 함께 써야 할 돈입니다.
30세에 받은 월급은 30세인 나도 쓰지만, 60세인 나도 써야 합니다. 50세에 받은 월급은 50세인 나도, 80세인 나도 써야 합니다. 이달 월급을 다 써버리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이러한 소비 형태를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미래 이득보다 당장의 만족감을 훨씬 크게 느낍니다. 이 때문에 장기 계획이 필요한 저축이나 투자를 뒤로 미룹니다.
뇌과학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되는데 즉각적인 소비는 쾌락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해 도파민을 분출합니다. 반면 미래를 위한 저축은 추상적이고 멀게 느껴지기 때문에 보상이 덜 자극적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장기적 이익보다 눈앞의 작은 보상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입니다.
한국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로 매우 심각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노인 인구의 40% 이상이 빈곤에 처해 있습니다.
돈 없는 노후는 생각보다 괴롭고 서글픕니다.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남들처럼 쓰다가는 남들처럼 빈곤한 노후를 맞게 됩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 ‘넛지(nudge)’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넛지란 사람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급여가 입금되는 즉시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연금 계좌 등에 보내는 자동이체 설정이 바로 넛지의 일종입니다. 소비하기 전에 저축과 투자를 우선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돈을 강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정부도 개인적으로 은퇴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넛지를 부여하고자 개인연금 계좌에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개인연금이란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합쳐 말하는데, 이들 계좌에 연간 900만 원을 저축하면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로 13.2~16.5%를 환급해줍니다. 최대 148만5000원을 돌려받는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당장 내야 하는 이자소득세나 배당소득세 등을 연금 수령 시까지 미루는 ‘과세이연’ 혜택과 연금 수령 시 기존 세율(15.4%)보다 훨씬 낮은 연금소득세율(3.3~5.5%)을 적용하는 ‘저율과세’ 혜택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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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받으면 저축부터, 적극적 투자로 불려야 ]
그럼에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너무 많습니다. 금융교육이 부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도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비슷하게 답합니다. 당장 쓸 돈도 부족해 은퇴 준비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래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좀 더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현재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준비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라는 극단적인 처방도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지금 월급이 가지는 ‘시간가치’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신입사원은 이 돈을 30년간 굴릴 수 있습니다. 적은 돈도 시간의 힘으로 크게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저축해야 할까요?
현재 월급이 300만 원이고, 현 소비 수준과 30년 후 소비 수준을 비슷하게 유지하고 싶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은행 예금만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면 급여의 절반인 150만 원을 저축해야 합니다.
예금의 실질금리는 물가상승률을 차감하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 5% 수익률이 가능한 투자상품에 저축한다면 매달 88만 원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돈은 30년 후 약 380만 원(=88×1.05^30)이 되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현 212만 원(=380÷1.02^30) 가치와 비슷해집니다.
수익률이 연 10%라면 더 적은 돈으로도 가능합니다.
28만 원을 저축해 30년 후 489만 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현 272만 원과 같기에 나머지 272만 원은 생활비나 기타 저축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연금 계좌에 주어지는 혜택을 활용하면서 저축을 지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축한 돈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적정 수준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합니다. 이것으로 현 소비와 미래 소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죠.
지금 받는 월급의 시간가치를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은퇴 후에도 월급이 나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
*본 콘텐츠는 리멤버x든든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