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노후
사회초년생 20대 후반이에요.
남들은 나이 먹으면 부모가 더 이해될꺼라고, 부모님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후회할꺼라고 하는데.. 전 나이 먹을수록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요..
매번 돈, 돈, 하시지만 결과적으로 집 하나 없어요. 하청업체를 운영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해 영업은 생각도 안 하세요. (젊을 땐 오더하는 역할만 하셨으니)
제가 20대초였을 때만 해도 평생을 그렇게 일만 하는 아버지가 존경스러웠어요. 물론 지금도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일하는게 존경스럽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런 노동 대비 결과가 없다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십대 후반인 저는 벌써부터 당신들의 노후가 걱정되어 이런 저런 고민을 합니다. 집도 없고 현금도 없는데 나중엔 어떻게 할런지, 전세대출은 또 어떻게 갚을건지..
사실, 당신들 노후는 제 짐이 될테니까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 있지만, 애들도 있고 솔직히 자기 쓸 것만 생각해 부모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하나뿐인 형은 저렇고,, 아버지는 자존심이 쎄 어차피 말 안 통할꺼 뻔하니까 꺼내지도 않습니다.
결국 말이 통할 것 같은 엄마에게 노후는 어떻게 할꺼냐, 현금은 얼마나 있냐, 대출 이자는 얼마고, 생활비는 얼마나 쓰냐 등.. 경제적인 얘기를 하면 니가 그런 말 할 때마다 스트레스 받는다며 회피하십니다.
저는 그러면 또 입 꾸욱 다물고.. 혼자 월급의 몇 프로씩 부모 노후 자금을 모아요.. 어차피.. 이 상황이 지속되면 나한테 손 벌릴꺼 뻔하니까..
그래서.. 가끔 현타가 쎄게 와요. 왜 당신들도 신경 안 쓰는 노후를 내가 신경쓰고 있는지, 걱정되어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고자 하면 스트레스 주는 자식이 되는건지..
지금 제일 슬픈건, 그런걸 감당해야 하는 제 인생이 아니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슬프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거에요..
너무 답답해 어떻게 해야할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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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철없는 애한테 진심어린 마음으로 조언해주신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모든 말씀 두 세번씩 읽으며 마음에 넣어 놓겠습니다.
너를 키우느라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느냐?
사실 저 말이 당신들의 노후를 두려워하는 이유 그 자체입니다.
한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부모님은 자식 둘 키우면서 고기 먹이고 예쁜 옷 입히려 수명 깍아가며 일하셨어요. 그렇게 일하시며 형에게는 결혼과 함께 번듯한 아파트도 장만해줬죠.
어쩌면, 부모님의 고된 과거와 그 인생을 알아버려, 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식을 위해 당신들의 인생 그 자체를 희생하셨다는 것에 대한..?
그래서 그런지 당신들의 끝무렵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뭣모를 감정이 저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네요.
그저 어린 투정임에도 따뜻하게, 혹은 따끔하게 말씀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의 삶도 온화하길 진정으로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