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을 안 사길 잘했어_돈의 쓰임에 대해
프리랜서로 전향 후 돈의 쓰임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했습니다. 직장 생활때는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발급이 쉽다 보니 5년 뒤, 10년 뒤 내가 벌어줄 돈을 미리 가져다 썼으며 정년까지 회사 다니는 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퇴사를 준비하며 이제는 미래의 내가 벌어줄 수익이 아닌 과거의 내가 벌어 놓은 수익으로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라는 것을 깨달았고, 퇴사 1년 전부터는 퇴사 후 1년 간 현금 흐름을 만들어 놓기 위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현금 흐름을 생각하며 가장으로써 우리 집의 런웨이 기간을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할부가 아닌 현금 일시불로 살 수 있는 것들만 사게 되었고,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 같았으면 이미 작년에 차량도 한 번 바꿨을 거고, 이번에 새로 나올 아이폰16도 사전 예약을 했겠지만(현재 사용 폰은 13프로, 애플워치는 1세대)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 돈이면 우리 가정 몇 달치 생활비인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었고, 바꿔야 할 이유보다 더 쓸 수 있는 이유를 찾으며 바꾸지 말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엔 재테크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소액이지만 ETF, 채권 등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관련 책자도 읽어보았습니다. 소소하지만 배당도 받아서 커피도 한 잔 사먹어 보는 즐거움을 가졌습니다.
만약, 작년에 늘 하던대로 차를 바꿨다면 아마 지금의 스텝업파트너스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법인 설립에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줄 몰랐었으며, 예상하지 못했던 법인 설립이었기에 만약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소비하고 말았다면 아마 지금 스텝업파트너스의 소중한 동료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저의 돈의 쓰임에 대한 인식 변화로 GV80이 아닌 현재 14명의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동료들을 얻은 것이죠. 이는 결코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기회이며 소비에 있어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0대 초반에 빠르게 퇴사를 하고 경제관념,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를 가진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덕분에 돈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으며 이를 통해 소중한 기회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돈의 쓰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저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켰습니다. 덕분에 프리랜서가 가져가야 하는 불안정한 생활에 대한 안정감도 어느 정도 가져다 줄 수 있었으며, 조그만 규모이지만 회사를 운영해보며 어떻게 운영비를 써야하고 수입과 지출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씩 감이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규모가 커질 수록 그 기준은 계속 변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대비하여 돈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가 많이 신중해졌다는 것이고 이는 분명 좋은 신호라는 것 입니다.
지금도 지나가는 좋은 차들을 보면 차를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 불쑥 올라옵니다. 그리고 가끔 중고차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격을 확인해보고는 합니다. 이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할 방법을 생각해보고 와이프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했겠지만, 이제는 '차 바꿀 돈으로 000를 할 수 있을텐데'라며 금방 사이트를 닫아버립니다. 참..저 스스로 많은 변화를 한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빠른 퇴사와 프리랜서, 그리고 창업까지. 3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이 모든 일들을 겪으며 돈에 대한 태도,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가 변해가며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좋은 기회와 동료들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태도를 오래 유지해 나간다면 분명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