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스물아홉 살이고 순수미술을 전공했습니다. 그래도 전공에만 머무르기보다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서 갤러리에서도 일해보고 미술관에서도 일해보고, 중간중간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인턴이나 단기 경력이라 막상 이력서를 쓰려고 보면 제대로 경력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예전에는 지원하면 어떻게든 일을 구해서 계속 뭔가를 해왔는데, 한 번은 정말 이번에는 한곳에서 제대로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들어갔더니 회사가 망했습니다.
지금은 대학원도 다니고 있고, 중간에 이런저런 일이 생기면서 빚도 생겨서 당장 돈을 벌기 위한 일도 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문화예술 쪽 기획이나 전시, 프로젝트 같은 일을 만드는 쪽입니다.
그래서 다시 일을 구해보려고 잡코리아도 보고 사람인도 정말 계속 뒤져보는데, 제가 원하는 방향의 일은 잘 보이지 않고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곳에 지원해도 잘 안 풀리고, 자꾸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남은 게 없는 기분이 듭니다. 이것저것 해본 경험은 많은데 어느 하나 뚜렷한 경력이 된 것 같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 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앞날도 걱정됩니다. 원래 사람들 앞에서는 애써 밝게 지내는 편인데 요즘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싫고,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괜히 부담스럽습니다. 사실 가끔은 정말 죽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합니다.
스물아홉이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들 하는데, 막상 제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마음처럼 쉽게 생각되지는 않네요.
그냥 어디 말할 곳도 없고 답답해서 신세 한탄 한번 해봅니다.
비슷한 시기를 겪으셨거나, 문화예술 쪽에서 뒤늦게라도 자기 방향을 찾아가신 분들이 계시다면 어떻게 지나오셨는지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