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여성분께 어깨빵 치고 크게 깨달았습니다.
아침 지하철에서 어떤 여성분과 부딪혔습니다. 지하철이 기울어서 제가 먼저 어깨빵 쳤어요 여성분은 멀쩡히 서있었습니다. 근데 그분이 먼저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숙여 사과하셨습니다. 단아한 인상이셨는데, 순간 그 여성분이 세상 단단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동시에 그동안의 제 모습이 스쳐지나가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타인과 부딪히면 아씨, 우씨, 찡그리기 바빴으니까요.
어제였나, 그런 일이 있고 곰곰이 돌아보니 제 인생에서 쉽게 성을 내고 몸집을 부풀리는 사람들 데시벨이 높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바짝 세우는 사람들은 사실 센 게 아니라 그만큼 마음이 불안하고 나약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그랬고요. 진짜 강한 사람은 스스로 마음의 여유가 깊어서, 먼저 고개를 숙이고 다정함을 건네도 본진이 전혀 휘청이지 않는 사람이구나, 느꼈습니다.
어릴 때 아마 라이트 형제 위인전을 읽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바람이 세게 불 때 커다란 나무 기둥을 나르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고집스럽게 가려고 하면 거센 바람에 나자빠지고 나아가지 못하지만, 허리를 바짝 숙이고 낮은 자세로 걸어가면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목재를 무사히 나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또 교훈, 이러고 넘겼던 위인전 이야기였는데 수십년이 지나서 지금 깊게 와닿네요.
먼저 유연해지고 자신을 낮추는 건 결코 나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강해서다. 약간 진리를 깨달은 기분인데 어떻게 글을 끝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그간 나약했던 저는 다음 주 출근길에는 누군가 어깨빵을 하고 지나가도, 발을 밟거나 팔을 치더라도, 여유를 가지는 강자가 돼볼까합니다. 출퇴근길에 죽을상하고 다니는 터라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보려 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잘 마무리 하시고, 월요일에 여유로운 강자의 모습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