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안녕하세요, 직장생활 5년차에 들어선 회사원입니다.
제가 요즘 너무 힘들어서 결국 리멤버에 글까지 쓰게 되었어요. 부디 직장 선배, 후배, 동료 분들의 진심어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신입 때부터 지독하게 열심히 했고, 제 성향상 모든 업무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일했습니다.
보이는 일, 보이지 않는 일 가려내는 계산조차 단 한번도 한 적 없이 일하다보니 어느새 4년차가 되었고
어쩌다보니 커뮤니티에서나 볼 법한 직장 내에서 큰 일도 겪으면서, 일도 일인데 당시에 정신적으로 문제 생기겠다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어요.
그 와중에 저는 그 직후 업무 강도가 살인적인 프로젝트 부서에서 몇 개월 근무한 후 그리고 지금은 휴직자와 퇴사자가 대거 발생한 새로운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과차장급이 맡던 업무를 저는 한달 인수인계 후 홀로 담당을 해왔고, 매일 야근할지언정 업무에 펑크낸 적도 없고 대충하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인지 접점 있는 유관부서에서는 오히려 너무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해 저는 그동안 고과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리 승진에서 누락했습니다.
더 문제인 것은 이 팀에서 저만 new comer이고 모두 4-5년씩 함께 일해오던 팀원들인데,
이제 곧 1년이 되는데 이상하게 적응이 어려운 기분이에요. (물론 그 와중에 겨우 적응했던 팀 매니저가 또 바뀌긴 했어요..)
직무 특성상 업무 중요도가 높은데 애매한 가이드라인 과 책임 전가로 인해 자꾸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이슈가 터지고, 그걸 저는 늘상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챙기려다보니,
오히려 한 발빼고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그 모든 것을 제가 못 챙긴 것처럼 모양새와 분위기가 만들어져가더라구요..
이외에도 은근히 티 나는 팀장의 편애, 기존 팀원들의 현상 유지하려는 교묘한 영역 지키기(?)등..
스트레스 받는 부분들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있는데 너무 자세히 말할 자신이 없어 이만 줄이려 합니다.
처음엔 인간관계든 업무든 뭐든 노력하면 될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 팀에서 이제 제 포지션이 뭔지도 모르겠고, 뭔가 자꾸 이상하게 특정 이미지로 제가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홀로 야근은 야근대로 하는데 이러한 제 노고는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계속 저 혼자 겉도는 기분이 듭니다. (근데 최근에는 타 부서 어느 대리님이 옆에서 봐도 제가 느낀 그대로 보인다고 제가 말하기도 전에 얘기 하더라구요. 그때 느꼈습니다. 이 불편함이 실체가 있긴 있는거구나.)
이제 지칠대로 지쳤고 제 만 4년의 시간이 밑 빠진 독에 쓰였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너무 힘빠지고 허탈해요.
부모님한테는 진지하게는 말도 못했지만 간간히 나 그냥 좀 쉴까봐~ 하고 복선을 깔고 있기는 해요.
매일 누가 툭 치면 울 것 같지만 저는 매일 웃음을 장착하고 심호흡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갑니다.
물론 업무 스트레스는 당연히 있고
사람 스트레스도 있지만 저는 지금 그 정도를 넘어서 성취감도, 기댈 곳도 없는 상황에서 너무 혹독한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 있으면 힘내시고,
이럴땐 제가 더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의견과 조언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
다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