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이 높은 사람
(반말체 죄송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로얄패밀리 제외하면 최고의 빌런, 누구나 인정하는 빌런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 양반이 부사장이다.
이전까지는 팀장까지는 성격 드러운 양반들 있어도 임원 승진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선이 있었다. 성질 더럽다, 팀원들에게 가혹하다. 팀원들이 못 버티고 그만둔다는 말이 나오면 임원 승진을 못했다.
그런데, 세상이 한번 뒤집혔고 마치 전쟁이 난것처럼 기존의 라인과 임원들이 정리되었다. 그후 회장 눈에 든게 지금의 부사장이었다. 회장 눈에는 ‘요즘 애들‘ 눈치 안보고 당당하게 갈궈대는게 시원시원해 보였는지도 모른다. 이 양반이 발탁되어 높은 자리로 승승장구 하면서 퇴사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높은 분들‘은 나쁜 소리를 할일이 있으면 자기방으로 불렀다. 주로 팀장이 불려가고, 가끔 팀장과 함께 차부장급 팀원이 같이 불려가기도 했다. 일단 자기방이 있는 사람들이 사무실로 나와서 하는 이야기는 주로 칭찬이거나, ‘요즘 힘들지?’ 같은 격려성 말이었다. 팀장도 팀원을 개인적으로 질책할 필요가 있을때는 회의실로 데리고 가서 했다.
그런데 부사장 빌런이 등장한후, 성격이 급해서 자기방으로 누굴 부르지 않고 사무실로 와서 직접 담당들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담당이 사원이어도 개의치 않았다. 담당이 깨지고 있으면 팀장이 부랴부랴 와서 같이 깨졌다. 혹시 군대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사단장이 자기 방에서 나와서 병사를 직접 까고 있고, 분대장, 소대장이 부랴부랴 달려오는 그림을 그려보시면 얼추 비슷하겠다.
애들이 하나둘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보직자들이 공황이나 불안증 때문에 휴직을 하고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날부터 부사장이 사원, 대리들을 질책하지 않기 시작했다. 소문으로는 인사담당상무가 인력관리 문제를 로얄패밀리에게 이야기 했고, 로얄패밀리가 ’허허 ,부사장님 좀 살살하세요. 요즘 애들 옛날 같지 않잖아요’ 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딱 차장부터 질책한다. 직접 사무실에와서 질책하는건 바뀌지 않았다. 사원~과장들이 직접 욕 안 먹는다고 하지만 옆에서 차장이 깨지고 있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즐거울리가 없지..
하지만 그래도 사원, 대리들의 퇴사율이 줄었다. 옆자리 대리가 농담처럼 ‘과장까지만 하고 경력 쌓아서 이직할려구요.‘ 라고 하더라. ㅎ 그럭저럭 업계 수위권의 중견기업이고 연봉도 나쁘지 않게 주니까 경력 쌓고 점프하기 딱 좋다는게 이 업계의 평이다.
얼마전에는 내가 타겟이 되었다. 말대답(?)하면 더 길어지기 때문에 팀장이 ‘대답하지 말라‘고 눈짓을 보낸다. 요즘 실적이 안 좋아서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 가는데 타겟이 되었으니 가만히 있어도 기본 30분이다. 30분동안 소리 지르면 목이 안아픈가? 말대답 하지 말랬는데 못 참고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대답을 했더니 ‘야, 그건 나 나가면 해. 너가 나보다 오래 다닐거 아냐?! 왜 나 있을때 후배 걱정하고 있어. 나 나가면 그때 후배 걱정 많이 해라.’
진짜 실적 때문에 목이 간당간당한가?
그런데 빌런은 빌런을 알아보는건지 이 양반이 자기 라인으로 올려놓은 임원들도 만만치 않아서…
딱히 미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선을 지키던 시절은… 다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