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한다고 업무는 많아지는데 돌아오는 건 없을 것 같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첫 회사에서 5년 이상 재직 중입니다.
임직원 100명 이하의 작은 회사이며, 직무는 마케팅, 사업관리, 데이터분석, QA, PM, 간단한 재무까지 맡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업무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작년 말까지는 마케팅과 데이터분석만 했으나, 올해 1월부터 팀이 변경되고, 퇴사자는 꾸준한데 충원이 안 되고, 이 과정에서 윗분들께서 제가 일을 잘한다고 업무를 더 줘서 이렇게까지 많아졌습니다.
저는 업무가 많은 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못 하거나 하기 싫은 업무도 아니고, 오히려 부서를 둘러봐도 여기서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업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이렇습니다.
1.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포괄임금제인 상황
전 야근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야근할 바에는 점심을 자리에서 먹으면서 계속 일해서 칼퇴하자는 마인드입니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야근을 할 정도의 업무량도 아니었어서 그동안 포괄임금제였어도 아무 불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업무량이 말도 안 되게 증가해서.. 저는 비흡연자이고, 동료들과 티타임도 없이 진짜 근무시간 내내 몰입해서 일하는 데도 근무시간에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없어 이제는 월 10일 이상은 야근합니다. 근데 야근해봐야 아무 수당도 없으니.. 가뜩이나 적은 연봉인데 야근할 때마다 연봉이 깎이는 느낌이라 현타가 많이 옵니다.
2. 내년 연봉 인상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
팀장님 본인도 업무가 굉장히 바쁘시고 저를 좋게 봐주셔서 지금은 팀장님이 하던 실무까지 제게 넘긴 상황입니다. 그래서 팀장님은 제가 열심히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특해하시지만.. 매출이 줄고 있어 내년 연봉 인상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을 최근에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도 회사 매출 데이터에 접근 권한이 있는데 실제로 우하향 중입니다. 인원충원을 하지 않고 있으니 퇴사자로 인해 줄어든 비용을 직원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는 겨 아니냐고 물어보니 윗분들은 오로지 매출만 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정말로 연봉 인상이 쉬울지 어려울지는 아직 모르는 거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먼저 시간 날 때마다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의 커리어를 냉정하게 돌아보면 물경력임이 거의 확실해 이직보다는 창업에 더 비중을 두고 있으나, 그래도 둘 다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내년 연봉 협상 때 원하는 인상률이 나오지 않으면 육아휴직을 쓸 생각입니다. 이렇게 적은 돈을 받으면서 이렇게 많이 일할 바에는 그냥 애 키우면서 다른 일 찾아보는 게 제일 낫겠다 싶습니다. 물론 회사에서는 아무도 제가 아이가 생긴 걸 모릅니다. 육아휴직에 굉장히 부정적인 꼰대들이 많고, 어차피 연봉협상 후에 출산할 예정이라 연협 실패하면 출산 얘기하면서 육아휴직 들어가려고 합니다. 물론 연협이 만족스럽게 되면 육아휴직은 쓰지 않을 생각이고요
또한 위에 서술한 1, 2번 고민을 팀장님에게는 끝까지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팀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제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요.
제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위에 서술한 제 상황과 계획에 대해 제3자의 의견도 궁금하고, 혹시 더 나은 계획이 있다면 조언도 부탁드리기 위함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