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평가, 팀 평가, 팀원 평가에 대한 이야기
얼마 전 라운지에 위의 주제로 글이 올라왔었습니다.
거기서 아래와 같다고 댓글을 썼었는데요.
팀장의 평가=팀평가, 팀원 평가
생각보다 관심 많이 받는 주제이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인상 깊은 반응 중 하나가 문과쪽이 이러지 않냐는 댓글이었는데요. 회사 업무를 문과이과로 구분지어 나누는 것도 의아하지만, 문과이과 구분 없이 팀장평가=팀평가,팀원평가 인 곳이 많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객관적으로 지표가 적나라하게 나와서 그걸 토대로 개인 평가가 확정되는 부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영업 쪽이죠. 개인별 영업 실적이 공통된 기준(매출액)으로 적나라하게 비교되어 나오는데, 팀평가니 팀장 평가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겠죠.
근데 대개의 경우는 개인별 평가를 공통된 기준으로 비교가 어렵습니다. 특히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여러 인력이 동시 투입되는 경우에는 말이죠
기술 쪽이 그래서 팀평가, 팀원평가가 팀장평가를 따라가는 경우가 더 강하다고 봅니다. 관리하는 시스템이 거대할수록 개개인이 맡은 파트는 점점 작은 일부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개개인은 맡은 업무가 각기 상이할테니 공통된 기준으로 객관화 수치화해서 비교하는거 자체가 어렵습니다.
제가 개발이니 개발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이커머스 회사에 웹 프론트 팀, 백엔드 서버팀, 디자인팀, 사업팀 이렇게 4팀이 이 있다고 하죠. 이중 두 개발 팀에 1년차 사원 웹프론트 A, 백엔드 B가 있다고 하면 평가가 어떻게 나올까요?
B입장에서는 이렇게 어필을 할 수도 있겠죠. "저는 DB도 다루고 캐시도 다루고요, 부하분산 하려고 로드밸런서도 썼구요. DB에서 통계 데이터도 뽑고요. A는 html css javascript만 하는데 제가 하는 일이 많으니까 A보다 잘 받았으면 합니다."
근데 이커머스잖아요. 만약 웹프론트팀에서 사업팀 디자인팀이랑 조인해서 프로젝트 하나 띄워서 UI/UX를 개선해서 유저 방문 시간이 증가하고 매출이 가시적으로 늘어났다면... 그해 평가는 A가 더 좋게 받습니다. 이게 팀원 평가는 팀평가를 따라간다는 말입니다. 저쪽에서 프로젝트 하나 성공해서 매출 증대까지 한 마당에 인사팀에 평가 이의신청하고 DB도 만지구요 JAVA도 만지구요 해봐야 전혀 안 먹히죠
그러면 팀장평가를 따라간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아마 연륜이 있거나 경험 계신 분은 눈치챘을 수도 있습니다. 팀 4개가 있는데 팀 3개가 뭉쳐서 프로젝트 띄웠으면, 그 프로젝트에 속하지 못한 팀은 새되는 겁니다.
팀장의 수완이나 판단능력, 회사 내 평판이 팀평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팀들이 뭉쳐서 프로젝트 하나 띄워서 굴리는 마당에 아무것도 안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면 연말 평가를 받을 때 아래와 같을 겁니다
"사업팀! 이번에 매출 증가 엄청 했네! 잘했어! 디자인팀! 이번에 디자인 바꾼게 아주 호평이더라고! 프론트팀! 유저 체류 시간이 엄청 늘었다며? 매출도 엄청 늘었어! 고생했어!
서버팀... 근데 서버팀은 올해 시발 뭐했어?"
팀원 평가가 상대평가이듯아 팀장평가(팀평가)도 상대평가입니다. 내 팀이 아무리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해도, 다른 팀들이 더 잘해버리면 팀평가는 낮게 나옵니다. 위의 경우라면 사업팀, 디자인팀, 프론트팀은 A이고, 세 팀이 A이니 평균 맞추기 위해서 백엔드는 잘받으면 C, 찍혔으면 D까지 받습니다. D면 사실 상 팀장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선언이고 C여도 너네 팀에서 한두명 동결 시켜서 내보내라는 거죠
연봉인상률이나 인센티브 성과금도 팀평가에 따라 예산이 나오면 그 안에서 나눠주는거죠. 그러면 서버팀 막내는 연말 인센은 커녕 연봉 동결도 될 수 있는 상황인거죠. 이런 전후사정을 모르는 막내는 내가 1년 동안 일을 이만큼 했는데, 연말 성과금도 안주고 연봉도 쥐꼬리만큼 올렸다고. 옆에 프론트팀 동기는 연말 성과금을 천만원을 받았는데 내 천만원 뺏어갔다고 억울해하면서 하소연하는 겁니다.
물론 위의 예제는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예제이고, 실제로는 기술조직은 기술조직이 가진 파이를 각 팀별로 CTO가 나눠서 배분을 해줍니다. 위처럼 극단적인 평가가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설령 CTO가 팀 평가를 하더라도 기술적인 요소만 가지고 평가를 하는게 아니라 기술 외적인 부분도 반영해서 평가를 하게 됩니다.
팀장, 팀, 팀원의 관계는 선장, 배, 선원과 같습니다. 선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배를 몰고 가는데 선원이 아무리 갑판을 열심히 닦아봐야 평가는 좋게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내가 한 노력과 평가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거고 팀원 입장에서는 팀장이 내 평가 뺏어간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근데 이거 하나만 알아두세요. 선원(팀원) 연봉이 동결될 정도면 경영진이 선장(팀장)을 돛대에 거꾸로 메달아버렸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