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우리 대표가 짠해요
스타트업 초기 시절 입사해서부터 400명이 넘을 때까지
10년 좀 안되는 시간동안 나도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했어요 .
늘 우리 대표를 존경했고, 충성했죠. 전 일도 잘 했어요.
지금은 인정받고 대우받아 연봉도 많이 오르고 거의 대표 아래까지 승진하고 올라왔지만, 오히려 가까이서 보니 우리 대표 이렇게 감정적이고 무력한 사람인줄 몰랐네요.
내 실적이 중요해서 무조건 충성하며 실적내어 멀리서 경영진도 알아주겠거니 하던 실무자 때완 달리 (실제로 눈에 띄게 잘했어요)
회사 잘 굴러가게 하려고, 그리고 내 밑의 많은 직원들 동기부여하며 더 좋은 성과 내게 하려고 신경쓸게 많아진 대표 직속 관리자가 되니
그동안 몰랐던 대표의 부분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고, 사람을 이리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단걸 알게 되고, 가치관이 다르다는걸 사사건건 깨닫게 되어 참 많이 힘드네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도 변했는지, 참 부드럽고 포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분명 누가봐도 아랫사람들이 맞는 말을 해도 안 들어요.
안맞는다고 나 하나 떠나면 그만이지만, 나는 우리 대표님한테 정이 많이 들었나봐요 순간순간 짠해요, 분명 그동안 날 많이 믿고 의지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나 나가면 그나마 나만큼 본인 좋아하는 직원도 이젠 얼마 없을텐데, 이만큼 대표 편에서 일해줄 사람도 몇 안남을텐데
그래도 좋은 감정으로 이별하려면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될 것 같고, 아무리 노력 해봐도 회사와 대표를 바꿀 수 없으니 내가 나가는게 맞겠죠.
근데 참 나는 내가 너무 힘들고 정신과 약을 먹고 갈리는걸 아는데도 독해질 수가 없네요 우리 대표가 짠해요, 생각하면 너무 고맙고 마음 아파요 우린 더 잘 해볼 수 있었을텐데. 누구보다 이 회사의 성공을 바라며 나를 갈아 넣었는데. 그래서 쉽게 떠나기엔 나한텐 "고작 회사"가 아니었나봐요.
그냥 새벽에 잠도 안오고 출근하기도 싫어서 답답한 마음에 몇자 끄적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