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부족한 팀장
관리자들이 무능한 이유는 그 사람의 능력 이상의 자리까지 승진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죠.
팀장급이 맞는 사람인데 팀장 잘하니까 임원으로 승진하면 무능해 보인다고..
저희 팀장이 그렇습니다.
1. 리더십이 부족합니다.
C레벨 임원에게 잘 보여서 파격적으로 고참들 밀어내고 다른 부서 파트장 하다가 저희팀 팀장으로 온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팀의 고참들을 통제 못합니다. 팀장보다 짬 높은 부장이 3명인데 이 사람들을 전혀 통제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팀장 잘못만은 아니고 후배라고(자기들 팀장할때 밑에서 과장할 정도로 나이차가 큼) 고참 부장들도 문제긴 하지요.
2. 아는게 없습니다.
문제가 생겼을때 발만 동동 구르거나 짜증만 내고 있고, 고참 부장들이 이야기를 안해주면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사실 이부분때문에 부장들이 무시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 다른 부서에서 어떻게 파트장까지 올랐나? 했는데 경영진이 알기 쉽게 기술적인 내용을 잘 풀어쓰는 능력이 있어서 어느 부서에 가든 보고자료 담당으로 관리자들 눈에 들었다고 합니다.
3. 업무지시가 불명확 합니다.
고참 부장들에게 지시해봐야 ‘그걸 내가 왜?’ 하는 식으로 무시 당하니 파트장 건너뛰고 과장, 대리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데 정작 과장, 대리들은 ‘내 업무가 아니라 누구 업무인데 이걸 왜 나한테?’ 하는 반응입니다. (해당 업무 담당은 입꾹하고 있음. )
때로는 단톡방에 업무지시를 하는데, 누가 언제까지 하라는 내용 없이 무엇을 하라고만 합니다. 눈치보면 파트장이나 고참 부장들이 해줬으면 하는 건데 직접 말을 못하고 단톡방에 ‘이거 하세요’ 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그냥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나중에 그 일 마감 다가오면 또 짜증내면서 아무나 붙잡고 시키게 되고, 하는 사람은 또 ‘내가 이걸 왜해야 하지?’ 하고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급하게 하니 퀄리티는 떨어지고 그럼 또 짜증을 더 내는데 붙잡혀서 일한 사람은 뭔 잘못으로 그 짜증을 다 받고 있나요.
4. 직원들 사기를 죽입니다.
3번에서 이어지는 건데, 짜증내면서 급하게 일 시키고 퀄리티 떨어지면 ‘이거 밖에 안되니?’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지시 불명확하게 내리고 시간 버리고 있다가 결국 그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닌 만만한 사람에게 일시켜놓고 ‘이거 밖에 안되니?’ 하면 누가 기운나서 일하겠습니까.
5.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윗분들 관심사항은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데, 일이라는게 빨리 할수 있는 부분이 있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그냥 빨리빨리만 외칩니다. 그래서 시간 걸리는 부분 스킵하고 막 진행하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실무자들이 잘못해서 그런거라고 자기도 (팀원들이 무능해서) 답답하다고 윗분들에게 하소연 합니다. (제가 직접 몇번 들었습니다.)
6. 쓸데없는 일을 만듭니다.
MES 시스템에 나오는 데이터를 매일 엑셀로 정리해서 보여달라고 합니다. ‘이거 MES 들어가면 다 나오지 않습니까?’ 라고 했더니 ’거기 나오는건 임팩트가 없잖아..‘ 라고 해서 엑셀 함수랑 매크로 써서 원하는대로 ’임팩트‘있게 표현할 수 있게 주고서 ’이 버튼만 누르면 바로 MES DB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 받아옵니다‘ 라고 했는데, 그것조차 후배 대리에게 파일 전달해주고 매일 자기한테 보내라고 했다네요.
업무보고를 할때도 팀장으로서 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팀 전원에게 ’인당 지금 하는 일 3개씩 자료 만들어서 내. 거기서 고르게‘ 라고 하고, 실무자들이 자료 만들어 주면 또 ’자료 만드는 수준이 이거 밖에 안되냐?‘ 하고 사기를 떨어트립니다. (이것도 고참 부장들은 안냅니다. 그럼 팀장은 대리/과장에게 그분들이 하고 있는 일을 자료로 만들라고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니 자료 퀄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다른 팀장들은 자기 팀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뭐가 보고할만한 중요한것인지 아니가 ’이번에는 이거이거 보고하자‘ 하고 간추려 주는데…
’팀에서 하는 일중, 팀장님이 모르시는건 중요한게 아니니 그냥 팀장님이 윗분들이 관심가지실만한거, 중요한거를 골라 지시하시는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라고 하면 ’내가 우리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게 아니야..‘ 라고 눈을 피합니다. 모르는거 맞는것 같은데..???
이 회사를 나름 오래 다니면서 여러 팀장을 직간접적으로 겪었고, 최소한 팀장이면 일을 잘하던가, 리더십/인성이 좋던가, 카리스마 있는 성격(나쁘게 말하면 ㅈㄹ맞은 성격)이라 팀원들을 확 쥐어잡고 실적 내는게 집중 시키는 식으로 단점은 있지만 장점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렇게 리더십도 부족하고 실무도 모르고, 성격 좋은척 하면서 뻑하면 짜증내서 사기 떨어트리고 오로지 윗사람에게 잘보이는 것에만 집중 하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그려…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팀 예산을 더 받아오는 것도 아니고,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 팀 예산은 깎고 있습니다.)
애들이 사기가 바닥인게 코로나 이후로 회식을 부어라 마셔라 안해서 그렇다고 하는걸 듣고 이 사람은 안되겠구나.. 언능 탈출해야지. 싶었습니다.
그래도 젋고 갈곳 많은 대리, 과장들이 먼저 탈출하고 있는데 팀장은 자기 탓이라고는 전혀 생각 안하더군요.
고참들한테는 말 못하고 연차가 대충 비슷한 저한테 가끔 팀장이 하소연/짜증내는데 좀 들어주면서 살짝살짝 돌려서 이런 부분이 있다.. 라고 직언(?)을 올리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애써 흐린눈 합니다.
이 팀이 망가진게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결국 제일 욕 먹는건 현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