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자금 담당자인데, 제가 적응을 못하는 건지 회사 구조가 특이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직 후 약 7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은 8년 이상 했고 이전 직장에서는 한 회사에서 6년 정도 장기근속했습니다. 회계·자금·경영지원 업무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과정 자체는 어느 정도 경험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회사는 제가 기존에 경험했던 경영지원 업무와 너무 달라서 제가 힘들어하는 게 정상인지 궁금해 글을 올립니다.
현재 소규모 프로젝트 법인에서 회계·자금·예산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부분은 제가 단순히 회계나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실상 현장과 본사 자금팀 사이의 소통창구처럼 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는 사업 진행상 “이 비용은 이때 집행해야 한다”고 하고, 본사 자금팀에서는 예산이나 자금계획상 “그 시기에는 집행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중간에서 제가 양쪽의 내용을 파악하고 왜 지급해야 하는지, 왜 일정이 변경됐는지, 또는 왜 지급할 수 없는지를 다시 전달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문제는 제가 해당 비용의 발생이나 사업적인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민원이나 협의와 관련된 비용은 상대방과의 협상에 따라 금액과 지급시기가 달라질 수 있어 애초에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3개월치 자금계획을 세우고 본사 자금팀에 집행계획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 “이 금액과 지급일이 확정된 내용인가요?”라고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관련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지만, 변동이 반복되면서 확정 여부를 재차 확인하면 “민원이라는 게 협의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확정이라고 말하느냐”는 식의 답변을 듣기도 합니다.
저도 그 특성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본사 자금팀에는 자금계획을 제출하고 집행예정 금액과 시기를 공유해야 합니다.
결국 현장에서는 확정할 수 없다고 하고, 본사에는 계획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어제까지 10월 집행이라고 전달받았던 비용이 하루 만에 9월 말 집행으로 변경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변경된 9월 말 일정조차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기존 자금계획을 다시 수정해서 본사에 변경내용과 사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후 협의상황이 다시 바뀌어 일정이 또 변경되면 본사에서는 “계속 내용이 바뀌면 전달하는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듭니다.
저 역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서 현장에 계속 확정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현장에서는 사업 특성상 확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하고, 그렇다고 미확정 상태로 본사에 전달하면 다시 정확한 일정과 사유를 질문받습니다.
그리고 이후 상황이 바뀌면 그 변경에 대한 설명도 다시 제가 해야 합니다.
현재는 분기별로 예산을 확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3개월치 자금계획을 세운 뒤 월별 계획과 월 3회의 자금 집행일별 지급목록까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비용이 분기를 넘어가거나 지급월이 변경되면 단순히 엑셀 한 칸을 수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관련 예산, 월별 자금계획, 집행일별 지급목록을 다시 확인하고 본사에도 변동사항과 발생사유를 공유해야 합니다.
변동사유를 기안이나 정기적인 보고자료에 모아서 정리하는 방식이라기보다 변동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공유하고 질문을 받고, 다시 현장에 확인해서 피드백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예산을 관리하는 기준 자체도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재 법인 대표가 기존부터 관리해온 사업비 예산 양식과 본사에서 요구하는 예산관리 기준이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법인 내부에서는 어떤 부대비용 전체를 하나의 예산 100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본사에서는 그 100을 다시 본사의 계정 및 예산관리 기준에 맞춰 복리후생비, 지급수수료 등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식입니다.
이미 집행된 비용이라면 실제 증빙이나 계정과목을 보고 분류할 수 있지만, 자금계획은 앞으로 발생할 비용을 예상해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세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비용, 하나의 계약이 아니라 여러 건이 섞여 있는 예산도 본사 기준에 맞춰 “이 중 몇 %는 이 항목, 몇 %는 저 항목”이라는 식으로 예상해서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실제 계약이나 집행내역이 달라지면 다시 예산과 자금계획을 수정하고 차이에 대한 설명도 해야 합니다.
어느 예산으로 집행할지, 예산을 다른 항목으로 전용해야 하는지 등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바로 물어보고 판단받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관련자들은 현장 외근이 많아 업무 중 궁금한 사항이나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겨도 바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과거 계약서, 출금내역, 결산자료 등을 직접 찾아보면서 하나씩 파악한 뒤 관련자에게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료나 히스토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부분도 있어 정말 맨땅에 헤딩하면서 자료를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그 와중에 계약, 공사 기성, 민원비용, 토지 관련 비용 등 기존 경영지원 업무에서는 접하지 않았던 내용들도 계속 들어옵니다.
저는 이전 직장에서 자금일보, 자금계획, 자금 집행, 결산, 세무, 외부감사 대응, 내부회계 등의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자금계획이나 회계업무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닙니다.
가장 힘든 것은 제가 통제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사업 일정과 협의사항은 계속 변경되는데, 그 결과로 발생하는 자금·예산 변동을 제가 추적하고 서로 다른 관리기준에 맞춰 다시 가공하고 양쪽에 설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장 입장에서는 “사업이라는 게 원래 변동될 수 있다”고 하고, 본사 입장에서는 “자금계획이 계속 변경되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양쪽의 말이 각각 왜 나오는지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사람이 저 한 명인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업무가 굉장히 버겁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회계·자금 담당자인지, 예산 담당자인지, 사업관리 담당자인지, 현장과 본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의사결정 권한은 없는데 변동에 대한 확인·설명·전달의 책임은 실무자인 저에게 집중되는 느낌이 가장 힘듭니다.
최근에는 “내가 경력이 있는데도 왜 이렇게 일을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8년 이상 했고 이전 회사에서는 5년 정도 장기근속하면서 일반적인 회계·자금·경영지원 업무는 큰 문제 없이 해왔기 때문에 단순히 제가 회사생활이나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도 혼란스럽습니다.
비슷한 프로젝트 법인이나 시행사·건설 관련 회사에서 근무해보신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이 정도가 회계·자금·예산 담당자가 일반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업무 범위인가요?
사업 특성상 이 정도의 변동과 조율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인력이나 업무 프로세스가 부족해 회계·자금 담당자 한 명에게 예산 재분류, 사업비 변동관리, 현장과 본사 간 조율까지 집중된 구조에 가까운 것인지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이 업종에 익숙하지 않아 유독 힘들게 느끼는 것이라면 그것도 솔직하게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