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모레 주는가.
오늘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던진 한마디가 화제입니다.
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모레 주냐.
국장러들에겐 너무나 익숙한(그리고 짜증 나는) 상식. 이 당연한 불만이 국가 정책 레벨에서 이토록 직설적으로 다뤄진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 디지털 시대'에 T+2라는 구시대 시스템에 묶여 있는 걸까요?
1. 왜 하필 '이틀 뒤'인가요?
우리가 HTS에서 매도 버튼을 누른다고 돈이 즉시 꽂히지 않는 이유는, 뒤에서 벌어지는 '정산의 대항해' 때문입니다.
- T일 (오늘) : 수백만 건의 주문을 한국거래소가 모아 "누가 얼마를 주고받아야 하는지" 최종 계산(Netting)을 합니다.
- T+1 (내일) : 예탁결제원이 증권사별로 넘겨줄 주식과 돈을 확정합니다.
- T+2 (모레) : 새벽에 최종 명세서를 만들고, 한국은행 계좌를 통해 증권사끼리 돈을 주고받으면 비로소 내 계좌에 출금 가능한 돈이 찍힙니다.
이 시스템은 90년대 IT, 은행 인프라 기준으로 '안전하게 한꺼번에 정산하자'는 철학 위에 설계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설계 자체가 옛날 방식이라는 게 정답입니다.
2. 남들은 벌써 '오늘 팔아 내일 받기' 중
우리가 T+2에 머물러 있는 동안, 글로벌 표준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습니다.
- 미국, 캐나다, 멕시코 : 2024년 5월부터 이미 T+1 정착 완료. 종이 채권 들고 은행 뛰어가던 시대는 끝났다는 논리죠.
- 유럽, 영국, 스위스 : 2027년 10월부터 T+1 전환 확정. 날짜까지 맞춰서 같이 움직입니다.
- 한국 : 거래소 이사장이 대통령 앞에서 유럽과 보조를 맞춰 준비 중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혁신을 선도하는 게 아니라 남들 다 하는 거 더 늦기 전에 따라가는 중인 셈이죠.
3. T+1로 바뀌면 우리한테 뭐가 좋나요?
먼저, 오늘 판 돈이 내일 들어오면 자금 순환이 하루 빨라집니다. 스윙 매매나 잦은 매매를 하는 분들에겐 실질적으로 레버리지 하나를 더 얻는 효과가 있죠. 또한, 미수/신용 거래의 반대매매 타이밍 등 복잡한 규제들도 재설계될 텐데, 투자자 친화적으로 갈지 증권사 보수적으로 갈지는 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두번째로, 시장 전체로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효과가 있습니다.
결제 위험(중간에 누군가 부도나는 리스크)이 노출되는 기간이 하루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시스템 안정성이 커집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 시장만 달력 계산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지니, 귀찮은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안 고쳤을까요?
단순히 게을러서는 아닙니다. 생각보다 이권과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요.
- 전산의 대공사 : 거래소, 예탁원, 한은, 시중은행, 외국인 커스터디 등 모든 플레이어가 동시에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 시차와 환전 문제 : 미국은 T+1인데 우리는 T+2면 결제 타이밍이 꼬입니다. 이 시차를 맞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죠.
- 증권사의 속사정 : 미수·신용 이자, 예탁금 운용 등으로 수익을 내는 증권사 입장에선 결제 주기가 짧아지는 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5. 결론 : 2027년, 국장 체질 개선의 원년 될까
거래소 이사장의 발언과 글로벌 흐름을 종합해 보면, 2027년 전후로 한국도 T+1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처럼 결제 실패율 일시 증가나 미수 변제 타이밍 조정 같은 진통은 있겠지만, 내 돈 내놔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가 드디어 제도화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15/0001245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