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준 단 한 존재
발렌타인데이엔 늘 누군가에게 고백해야 할 것만 같았어요.
설레는 순간, 두근거리는 장면, 특별한 이벤트.
그런데 제 인생에서 가장 깊은 사랑은 의외로 아주 조용하게, 매일 반복되는 순간 속에 있었어요.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제일 먼저 들리는 발소리.
그리고 잠시 후,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오는 우리 강아지.
하루 종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지도 않으면서,
제가 웃고 있든 울고 있든 상관없이 그냥 온 마음으로 반겨주는 존재예요.
한 번은 정말 많이 무너졌던 날이 있었어요.
일도, 인간관계도, 제 자신도 다 싫어졌던 날.
집에 와서 불도 켜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그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제 무릎 위에 턱을 올렸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제 곁에 있어줬어요.
그 작은 체온이 이상하게도 큰 위로가 됐어요.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 없었는데,
그 존재 자체가 저를 붙잡아줬어요.
그날 처음으로 알았어요.
조건 없이 사랑받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저는 그 아이 덕분에 조금씩 변했어요.
더 오래 같이 걷고 싶어서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고,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어서 제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됐어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닫고 나니,
제 자신을 미워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어요.
사랑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어요.
누군가의 세상에 내가 전부가 되는 순간,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특별하다는 걸요.
이번 화이트데이엔 고백 대신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네가 있어서,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됐어.”
제 인생을 바꾼 사랑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 어떤 초콜릿보다도, 그 어떤 이벤트보다도
가장 달콤한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