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날 "여태 뭐 했냐" 소리 들었습니다
이직 준비를 하다가 공백기가 길어져서 일단 업무 감을 되찾자는 생각으로 작은 스타트업에 들어갔습니다.
도메인 전환을 이직 준비 중이지만, 여기 직무는 기획 겸 디자이너라 경험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기획 비중이 컸다는 겁니다. 그것도 일반인이 잘 접하지 않는 전문 분야라 용어부터 쉽지 않았고, 적응할 틈도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됐습니다. 일정은 늘 촉박해서 주 2~3회 야근도 했고요.
와중에 신사업이 생겼고, 더더욱 모르는 분야였습니다.
대표랑 일하는 스타일도 맞지않았고,
두 달 정도 되니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더라고요. 그러던 중 수습 종료 2주 전에 수습 연장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오히려 "저보다 더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고 퇴사하기로 정리됐습니다.
그런데 퇴사 1주일 전쯤 갑자기 일정 착오가 있었다며 이틀 뒤 퇴사하라고 통보받았습니다.
남은 업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정 요청이 계속 들어왔고, 그러다 일을 실수했습니다.(큰일X 시간이 필요한 작업)
그때부터 대표가 보란듯이 냉랭하게 대하더군요(원래도 나를 껄끄러워하는게 보였음)
결국 퇴사 당일에 프로젝트는 겨우끝냈고, 대기하고있던 업무는 완전히 끝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는 제가 그날 퇴사하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집에가도되냐 하니 "일 다 끝냈냐"고 묻더군요.
수정 건 때문에 일부 마무리가 안 됐다고 하니 갑자기 "여태 뭐 했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저도 억울해서 설명하다가 결국 서로 목소리가 커졌고, 다음 날 다시 출근해서 마무리하고 가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퇴사 당일에 여행을 가기로했던터라.....
결국 그날 밤 따로 Pc방에서 자료 정리해 전달하고, 다음 날 아침 회사에 들러 최종 확인만 받고 나왔습니다.
제 역량이 부족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리더는 항상 급했고 업무 지시는 구체적이라기보다 "느낌상 이렇게"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엔 진짜 GPT 된 기분이었습니다. 맥락은 부족한데 정답은 맞혀야 하는.
퇴사한지 반년이 되어가는 지금, 이커머스로 이직 성공하고, 상사가 잘해주어서 고맙다고 커피도 사주시고, 촉박하지않은 일정으로 일을 주시는...행복하네요.(그치만 갑자기 팀이 와해된다규해서 맘이 복잡.. ㅎ)
이후로 혼자 일하는환경을 피하고,
아직도 대표랑 연관된 생각만 떠오르면 기분이 안좋아지고, 아 이래서 정신병걸려서 퇴사하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싶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