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거래하고 밥 먹기로 한 남자'... 그 글의 주인공이 저인 것 같습니다.
당근 거래하고 엘베에서 마주쳐서 점심 약속 잡았다는 글, 기억하시나요?
지난주에 그 글을 읽고 오랜만에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그 이유는 그 글의 주인공이 아무래도 저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같은 회사 건물 로비에서 거래한 점, 며칠 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점, 그리고 당근 채팅으로 밥 먹자고 이야기한 점까지 정말 엄청난 우연으로 저희와 똑같은 상황인 분들이 또 계신 게 아니라면 그 글 속의 남자는 역시 제가 맞는 것 같아요.
그분이 민망해하실까 봐 혹시 글 쓰셨냐고 묻지는 못했지만(사실 살짝 댓글은 달았기 때문에 알아보셨을 수도 ㅋㅋ), 그 글의 댓글에 후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시길래, 근데 그분은 아직 아무 말 없으시길래, 염치 불고하고 제 시점에서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그분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 있구요.
사실 당근 거래를 위해 처음 로비에서 뵀을 때 인상이 참 좋으시다고 생각했습니다. 짧게 거래하고 헤어지는데 왠지 모르게 아쉽더라구요. 하지만 질척댄다는 이미지를 주기 싫어서, 혹시 시간이 지나고도 생각나면 그때 메시지 보내면 되지 하고 진짜 쿨하게 돌아섰습니다.
그러다 며칠 뒤 엘리베이터 안에 그분이 계시는 걸 봤을 때, '앗!' 소리가 나올 뻔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계셨지만 눈웃음만 봐도 알겠더라구요. 서로 어색하게 목례하고 헤어졌지만, 사무실 들어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스치기엔 너무 아쉬운 인연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정말 큰 용기 내서 당근으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거절 당하면 어쩌나 손에 땀을 쥐고 있었는데, 흔쾌히 좋다고 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난주 수요일 점심은 어땠냐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말 좋았습니다.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 대화 코드가 정말 잘 맞더라구요. 회사 얘기, 사는 얘기 하다 보니 1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글 마지막에 '단풍도 예쁜데 산책도 가요'라고 적으셨던데... 글 읽은 티 내려고 밥 먹은 후에 같이 산책 가자고 제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ㅋㅋ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걷는데, 날씨도 좋고 옆에 계신 분도 좋고... 저한테는 근래 들어 가장 행복한 점심시간이었습니다.
헤어지면서 '다음엔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라고 애프터 신청을 했는데, 웃으면서 받아주셨습니다. 이번주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분이 저를 훈훈하다고 써주셨던데, 제눈에는 그분이 훨씬 더 빛나 보였습니다.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보신다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금요일에 만나면 더 재밌게 해드릴게요!"
다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주 만난 후에도 후기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당근 바이럴 아닙니다 ㅋㅋㅋ 당근에 이상한 사람 많다니까 아무나 만나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