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노동도 기술은 몸으로 쌓인다
고도의 지적 노동이나 전문 직업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진짜 일솜씨는 머리로만 얻어지지 않습니다. 의사, 변호사, 연구자, 엔지니어, 투자 전문가처럼 높은 수준의 지식과 분석을 요구하는 분야라 할지라도, 결국 몸으로 부딪히며 실제 경험을 통해 쌓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솜씨가 생깁니다.
의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교과서를 아무리 통달했다고 해도 환자의 몸 앞에서 손으로 직접 진찰하고, 수술 도구를 잡아보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대처해본 경험이 없다면 능숙한 의술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변호사 역시 수많은 판례와 법리를 공부했더라도, 실제 재판정에서 상대의 논리를 받아치고 판사의 질문에 즉각 대응해본 경험이 쌓여야만 법정에서 빛을 발하는 진짜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투자나 경영과 같은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론으로는 모든 변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도, 실제 시장은 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던져줍니다. 가격의 급변, 투자자들의 심리,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 속에서 직접 결정을 내리고, 손실을 감내하며, 다시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살아있는 감각이 길러집니다.
지식은 머리로 들어오지만, 솜씨는 몸으로 체득됩니다. 머리로 이해한 것을 몸으로 반복하고, 손끝과 눈과 감각으로 익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쌓여서 비로소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단순한 지식의 소유자가 아니라, 실제로 문제를 풀어내고 상황을 다루어낼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은 결국 몸으로 부딪히며 얻는 경험에 달려 있습니다.
이 점은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유명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쓰기를 단순한 지적 노동으로 여기지 않고, 철저히 육체노동의 연속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는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일정한 루틴 속에서 글을 쓰고,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체력을 관리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머리와 손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집중을 유지하고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 몸 전체를 단련한 것입니다.
하루키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사고의 산물이 아니라, 수도자의 생활처럼 규칙적이고 철저한 몸과 정신의 훈련 속에서 완성되는 노동이었습니다.
따라서 고도의 지적 노동에서도 책상 위의 공부는 출발점일 뿐, 진짜 실력은 현장에서 쌓여가는 체화된 솜씨와 몸으로 체득한 규칙적인 루틴에서 완성됩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하며 쌓은 경험이야말로 시간이 흘러도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의 직업적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확실한 기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