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러 갔더니 면접관이 10년 전 저를 괴롭히던 일진이네요.
꽤 오래 준비해서 정말 가고 싶었던 곳 면접에 갔습니다. 잠도 설쳐가며 예상 질문 뽑아보고, 자기소개도 달달 외워서 갔죠. 들어갔더니 면접관 두 분이 앉아 계시더군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오른쪽에 앉은 면접관 얼굴이 어딘가 익숙했습니다. 설마... 하면서 그 사람 앞에 놓인 이름표를 봤는데... 고등학교 때 저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던 그 이름이 맞았습니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이름. 고등학생 시절은 저에게 정말이지 지옥이었거든요. 앞에 앉은 저 인간 때문에요. 저를 직접적으로 괴롭힌 건 다른 애들이었지만 주동자는 저인간이었습니다. 시키기만 하고 항상 뒤로 빠져 있던. 반 아이들도 슬슬 저인간 눈치를 봤기 때문에 저는 학창시절 친구가 없었어요.
대학교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많이 활발해지고, 다들 저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알만큼 다 치유됐다고 생각했는데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저 얼굴을 마주하니 다시, 너무 고통스러워서 머릿속이 삐----- 하고 울렸습니다.
근데 그인간은 제가 기억이 안 나나 봐요.
제 이력서를 쓱 보더니 저를 위아래로 훑고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질문을 시작하더군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학창 시절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준비해 간 거 하나도 생각 안 나고 말도 더듬기 시작했어요.
면접 내내 저는 그 인간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고, 그 인간은 제게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과 극복 방안, 갈등 해결 경험 같은 걸 묻더군요. 내 인생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 너였고, 나는 그걸 극복 못해서 지금 네 앞에서 떨고 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면접이 끝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 차려보니까 저는 지금 근처 카페에 앉아있네요.
그 인간은 저를 못 알아본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알아봤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굴었던 걸까요?
정말 가고싶던 회사였는데 면접도 망해버리고, 붙는다고 해도 이제는 걱정이 너무 큽니다. 저인간이 있는 곳에서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 요즘 학폭 가해자들은 대학 입시도 떨어진다는데 저 회사 인사팀에 메일이라도 보내야 할까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납니다. 나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 존재 자체가 잘못이었을까요. 저런 놈이 저런 자리에 있다니 너무 서럽습니다. 진짜 내가 문제였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