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업무 채널에 '사랑해❤️' 할 뻔했습니다.
오늘 진짜 식겁할 뻔 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휴휴
짝사랑 아니고 살떨리는 사내연애중인 사람 누구 없나요?
네! 여기 있어요!!!
네 바로 접니다 ㅎㅎㅎㅎㅎ
아직 100일도 안 된 따끈따끈한 우리, 알콩달콩만해도 모자라겠지만 '사내' '비밀' 연애는 어쩔 수 없이 스릴과 서스펜스를 넘나들 수밖에 없잖아요. 진짜 남들 눈을 피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게, 특히 그 뭔가가 너무 하고싶은 거라는 게 이렇게 심장에 무리가 가는 일인지 몰랐어요. 오늘도 정말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붙는 경험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저희의 주된 소통 창구는 슬랙 DM이에요. 일하는 척 알콩달콩도 할 수 있으니까요 ㅎㅎㅎ
김대리님❤️ : (zip 파일을 보내며) 스미스미님, 검토 부탁드려요.
저 : (파일을 받아서 압축을 풀어본다) (파일 내용: 오늘 저녁에 갈 식당의 파스타 사진) 아 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김대리님❤️ : 보셨으면 결재 부탁드립니다.
뭐 이런 거? ㅎㅎㅎㅎ
근데 며칠이나 됐다고, 너무 해이해졌던 걸까요. 오늘... 사고가 터질 뻔했습니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 하지만 주말 대응을 미리 해둬야 해서 바쁠 시간이죠.
DM으로는 김대리님과 저녁 데이트 논의를 하면서, 다른 채널들을 왔다갔다하며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어요.
김대리님❤️ : 오늘 저녁은 뭐니 뭐니 해도 스미스미님이죠.
저 :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
김대리님❤️ : 빨리 보고 싶어요!!!
저도 신이 나서 타이핑을 했는데요.
"저도 그럼 오늘 저녁은 김대리님~❤️"
이라고 쓰고 엔터를 누르려는 바로 그 순간, 뭔가 기시감이 들어서 손가락을 멈췄어요. 제가 메시지를 입력한 곳은 김대리님과의 DM 창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업무 채널이었습니다...... 와 진짜 식겁했어요.
싸늘하다. 등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어요. 손가락이 마비된 것처럼 굳었다가, 경련하듯이 백스페이스를 눌렀습니다.
회사에서 김대리님이라고 부르진 않으니까 그렇게 쳤어도 누군지는 아무도 몰랐겠지만 의심의 화살이 날아와 꽂혔겠죠ㅠㅠㅠ 김대리님이 누구냐 김대리님이 왜 저녁 메뉴냐 ㅋㅋ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진땀이... 회사에서는 아직 저한테 남자친구가 있는지도 모르셔서 소개팅 시켜줄까 어떤 사람 좋아하냐 그러고 있을 정도로 잘 숨기고 있는데 말이에요 ㅋㅋ
사실 이거 말고도 심장이 내려앉을 뻔한 적이 몇 번 더 있긴 했어요. 비상계단에서 둘이 꽁냥꽁냥하고 있는데 누가 문 열고 들어와서 들킬뻔 했다거나 ㅋㅋ
그때도 김대리님의 기지로 "스미스미님 괜찮아요. 다음부터 잘하면 되죠." 라며, 업무 실수로 혼나고 위로받는 동료 컨셉으로 넘어갔었어요. 다행히 저희를 잘 모르는 직원분이셨어가지고 십년감수ㅠㅠ
마이 김대리님 태세전환이 너무 웃겨서 연기 뭐냐고 놀렸더니
마이 김대리님 왈. "이 정도 순발력은 있어야 사내 연애 하는 거 아니겠어요?"
휴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내가 좋아할 만 해...❤️ 하... 정말이지, 요즘 매일 매일이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하네요ㅋㅋ 짝사랑할때보다 100배는 더 심장이 쫄깃.
언제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직은 회사 사람들 눈치 못 챈 것 같은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