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하던 동료한테 고백했는데 알고 보니 사내연애 중이었네요.
진짜 회사 옥상에라도 올라가서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 글 남깁니다.
제가 1년 넘게 짝사랑한 동료가 있었습니다. (편의상 A라고 할게요) 일도 잘하고, 상냥하고, 잘 생겨 보이고, 웃어줄 때마다 심장이 뛰고... 같이 점심 먹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커피 들고 산책하는 길 너무 행복하고...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으시잖아요...?
원래도 상냥했지만 요즘들어 A가 유난히 더 친절하게 대해주길래,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점심 산책하면서 개봉한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큰맘 먹고 주말에 같이 영화 보자고 질렀습니다. 단풍도 슬슬 들기 시작하니까, 석촌호수 한 바퀴 걷고, 영화 보고, 저녁 먹으면 딱이겠다고 혼자 들떠서 말했더니
A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혹시 이거 데이트 신청은 아니죠? 하는 거예요. 당황해서 어? 음 뭐 데이트가 될 수도 있죠? 했더니 사실 자기 만나는 사람 있다고,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 그러시구나... 여친 생기셨구나... 곤란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사실 회사 사람이랑 만나고 있다고, 초반부터 알리면 서로 곤란한 일들 생길까봐 비밀연애중인 거라고, 누구랑 사귀는지도 말해주더라고요. 비밀로 해달라고.
아... 그러니까 알겠더라고요. 맨날 저랑 같이 A 칭찬하고, 가끔은 저한테 A 어떠냐고, 괜찮지 않냐고 찔러보던 그 사람... 그 사람이 여자친구였군요.
생각해보니... 둘이 유난히 같이 야근하는 날이 많았고, 탕비실에서 둘이 있는 걸 종종 봤는데... 전 그냥 요즘 좀 친해졌나보다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저한테 괜찮지 않냐고 떠보고, 저도 괜찮다고 답했으니까 저랑 이어주려는 건가 김칫국도 마셨는데 ㅠㅠ 매일 밥 같이 먹고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건 저였으니까요. 저만 바보였던 거죠 눈치도 없이ㅠㅠ
오랜만에 맘에 드는 사람 만났는데 이렇게 되니까 영 씁쓸하네요. 그래도 여친 있는 사람은 안되니까 그냥 깨끗하게 털어놓으려고요. 어디든 말해야 속이 좀 시원해질 것 같아서 여기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적어봐요. 저도 언젠가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