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지기 베프가 축의금 5만원을 냈어요.
저랑 제 친구는 고딩 때부터 붙어다닌, 진짜 모르는 사람 없는 베프입니다. 찐친이요. 매일 통화로 서로 남친 욕하고, 회사 욕하고, 월급날 같이 쇼핑하는 그런 사이 있잖아요.
근데 이 친구가 3년 전에 먼저 결혼을 한 거예요.
그때 저는 연구비도 없는 대학원생이어서 돈도 없을 때인데, 그래도 제 유일한 베프 결혼식이니까 진짜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50만원 딱 채워서 냈어요. 웨딩촬영도 따라가서 사진 다 찍어주고, 결혼식날도 새벽까지 가서 메이크업부터 가방순이까지 제가 다 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물질적 보답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지만(웨딩촬영날 밥도 못 얻어먹고 저녁까지 따라다녔지만) 괜찮았어요. 그게 베프잖아요.
그리고 드디어 지지난주에 제가 결혼을 했습니다. 웨딩촬영이나 가방순이같은 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따로 부탁 안 했고, 제 오랜 친구니까 의미있겠다 싶어서 축사만 부탁했어요.
결혼식날 베프는 남편이랑 같이 와서 축사도 귀엽게 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그랬죠. 그때까진 진짜 아무 생각 없었어요. 축사 해준 것도 너무 고맙고, 밥도 잘 먹고 간 것 같아서 잘됐다 생각했는데...
신행 갔다와서 정산을 했거든요.
근데... 친구 이름 옆에 적힌 숫자가?????
5만원인 거예요.
동명이인인가, 내가 아는 사람중에 같은 이름 다른 사람은 없는데????
진짜 눈을 비볐어요ㅋㅋ
제가 잘못 봤나? 남편한테도 이거 맞냐고 물어봤어요. 남편이랑 둘이 와서 1인당 8만원짜리 뷔페 먹고 갔는데... 5만원이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결혼식이 뭐 수금하는 날도 아니고 잘 와서 잘 먹고 갔으면 됐지 생각을 하려다가도 또 너무 이해가 안가고ㅠㅠㅠ
며칠을 끙끙 앓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진짜 큰맘 먹고 카톡 보냈어요. 혹시 실수한 걸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조심스럽게요.
근데ㅠㅠㅠㅠㅠ
5만원 한 거 맞다고, 신혼이라 대출이 많아서 여윳돈이 없다고 원래 결혼하면 그런 거라고 그게 그렇게 서운했냐고 묻더라고요. 축사해줬으니 축사값을 받아야 하는데 축하하는 마음으로 축의금을 오히려 낸 거라고.
청첩장 줄 때 축사 부탁하면서 와인바에 식사도 거하게 샀는데ㅠㅠㅠ 뭐 다들 빠듯하게 사니까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그치만 그때 와인바에서도 신혼여행 어디 갈거냐 묻더니 자기들도 여름 휴가 고민중이라고 해외 어디로 갈까 이야기했었거든요
해외로 휴가 둘이서 가면 못해도 몇백은 깨지는데 그건 쓸 수 있고 제 축의금은 더 못 내는 걸까요
저는 가난한 고학생 신분에도 축하하는 마음으로 50만원을 냈는데
친구 마음은 5만원짜리인가 싶어서 씁쓸해져요ㅠㅠㅠㅠ
남편은 그냥 이렇게 관계 정리를 하는 거라고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의 지난 십여년이 너무 슬퍼요. 우리가 나눈 세월은 거짓이 아닌데...
제가 속물인 걸까요. 그냥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진짜 축사비를 줬어야 했던 걸까요. 제 그릇이 너무 작은가봐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