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차 이직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와 어느새 낼모레면 20년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이직할 마음이 안들었던 것도 아니고, 이직할 찬스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회사가 아니라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좋아서 버텨왔는데요.
사람들도 떠나기 시작하고 남은 사람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라서 저도 작년부터 맘이 떠났네요. 여기저기 헤드헌팅이나 직접 서류접수를 해봤는데 아직 면접도 본적이 없습니다. 지난번에는 헤드헌터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력서를 헤드헌터 말대로 두번을 고쳐 보냈는데도 면접도 못봐서 헤드헌터에게 물어보니 “경력이 너무 많다. 10-15년차를 원하는데 19년차라서 회사쪽에서 곤란해하더라”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 역시 이직하기에는 늦은 나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몇달전에 넣은 곳에서 갑자기 실무면접이 가능하냐고 연락이 와서 다음주로 잡아 놓은 상태입니다.
이직 면접도 처음이고, 나이 많다고 짤리다가 기회가 온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번에 헤드헌터가 “오랫동안 한곳에 몸담으셨는데 이직 사유가 뭐냐?” 라고 물었는데 답하기가 곤란하더라고요.
이직사유 구구절절히 많지만, 결정적으로 두가지입니다.
개인적인 이유는 상사가 싫습니다. 작은 조직이지만 새로운 커리어를 잘 쌓아서 부서장까지 되었는데, 갑자기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며 일언반구 없이 끌고 왔는데, 그렇다고 보직을 준것도 아니고 예산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실무자로서 하루하루 일에 치이는데, ‘이 미션을 잘해서 조직을 만들어보자, 후배들을 키워보자’ 같은 ‘당근’도 없이 그냥 우리 회사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너 밖에 없으니 내가 끌고 왔다. 열심히 해라라며 채찍만 때립니다. 최소한 부서장 하던 사람을 실무자로 좌천시켜 데리고 왔으면 비록 약속할 수 없다 해도 개인적인 미래는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팀장은 또 ‘사업부장이 너에게 갖는 기대는 알고 있는데, 당장 내가 급하니 내 팀언으로서 이걸 해줘’ 라고 다른 일을 던집니다. 혹시 그만두길 원하는건가 하고 직/간접적으로 알아보고 대놓고 물어봐도 아니랍니다. 사실 이 회사에 제가 하는 일이 좀 스페셜한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고, 이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만두거나 정년퇴직을 해서 저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번째로,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선배들이 비겁합니다. 제조업의 특성상 설비는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교체, 합리화 공사를 해줘야 하는데, 선배들은 ‘나 나갈날 몇년 안남았다. 나 나가면 니들이 해라‘ 라고 합니다. 말년에 책임지고 큰일 하기 싫다는 거겠죠. 과장들이랑 얘기하다보면 ’이러다 팀장, 사업부장 나가고 크게 터지는거 아닌가, 우리가 다 뒤집어 쓰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합니다.
대놓고 ’이거 한 5년 프로젝트 인데 이거 지금부터 하고 정년 맞이하시면 책임이야 후배들이 지는거 아닙니까?‘ 라고 웃으면서 농담처럼 찔러봐도 요지부동입니다. 좋은 선배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이직하거나 퇴사하거나 하니 남은 사람들이 다 저런 태도인거죠.
그런데, 이런 말을 퇴사 사유로 쓸수도 없고.. 부모님도 ’그냥 그 회사에서 버티는게 낫지 않냐?‘ 라고 하시는 상황인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외에 이직 면접에서는 주로 어떤걸 물어보나요? 외국계 회사라 영어가 기본이라고 하는데, 공돌이 업무용 영어(메뉴얼, 회의)는 불편없이 하는데, 면접용 영어는 해본적이 없어서 이것도 걱정되네요.
쓰다보니 주절주절 핵심도 없이 길게 하소연을 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