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실패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제 커리어에서 가장 큰 조직을 경험했습니다.
잘하는 것을 인정받아 팀이 생겼고, 그만큼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그러다 궁금해졌습니다.
좋은 환경을 벗어나도 나는 잘하는 사람일까.
그 답을 확인하고 싶어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려던 작은 1인 가구점에 호기롭게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좋은 전략과 데이터가 있다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 믿었습니다. 어쩌면 그게 제 오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접 사업에 부딪혀보니 현실은 훨씬 복잡했습니다.
광고와 콘텐츠만 잘 만든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업, CS, 물류, 배송, AS까지 모든 과정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건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략과 방향에 의문이 드는 사람을 설득하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해 함께 움직이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근거가 충분하다면 좋은 방향은 자연스럽게 선택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설득과 합의 역시 실력이었습니다.
다행히 떠나기 전 대표님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 뒤 제가 제안했던 방향들을 하나씩 적용했고, 다시 유입과 결제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직이 결정된 이번 달,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뻤지만 ‘내가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성과가 다음의 정답을 보장하지 않으니까요.
대신 하나는 분명히 배웠습니다.
좋은 답을 찾는 능력과 그 답을 사람들과 함께 현실로 만드는 능력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을 믿는 것만큼,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이제 저는 실패에도, 성과에도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물론 실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실패에는 반드시 비용과 책임이 따르니까요.
다만 이미 실패했다면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을 찾고, 수습하고, 다시 실행해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돌이켜보면 저는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 다시 자리를 옮깁니다.
촬영으로 시작해 디자인을 배웠고, AI와 기술을 다루며 영역을 넓혔습니다. 마케팅을 하며 숫자를 보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사업이 실제로 굴러가는 과정까지 가까이에서 경험했습니다.
흩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이제야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그 경험들을 연결해 브랜딩의 시작부터 결과까지 책임지는 일에 도전합니다.
걱정보다는 기대가 큽니다.
솔직히 빨리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안정적인 성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또 틀리고, 예상하지 못한 시행착오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래도 이제는 성장했다는 말만으로 만족하기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결과로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성장하는 만큼 브랜드가 성장하고, 그 성장이 다시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험.
이번만큼은 운도 조금 따라줘서, 언젠가 돌아봤을 때 정말 ‘폭발적인 성장’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또 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답을 믿는 것만큼, 제 답을 의심하는 것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좋은 답을 찾는 것.
사람을 설득해 함께 움직이는 것.
실패를 수습하고 다시 결과를 만드는 것.
어디까지가 실력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은 ‘실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