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정책의 착시와 본질
- "부동산과의 전쟁" 재연인가, 정치적 셈법인가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명제 아래,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향해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집은 소유가 아닌 거주"라는 담론을 내세워 실거주 중심의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책의 세부 실행 구상과 대국민 메시지가 구체화될수록 시장과 국민의 불안은 오히려 깊어지는 모양새다.
첫째, 실거주 프레임이 만든 뜻밖의 피해자들
가장 먼저 불거진 문제는 비거주용 주택 보유자를 무조건적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단순 이분법적 접근이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실거주하며 자산을 형성한 원주민들조차 단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세금과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실거주 전환이나 매도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안들은 현장의 현실과 크게 괴리되어 있다.
수도권 고가 주택 매도 후 지방 이주 시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구상은 야당으로부터 "노인 고려장'이라는 날 선 비판을 받았으며, 부부 공동 명의를 2주택으로 간
간주할 수 있는 법안 구조는 "이혼 권장 정책"이라는 거센 반발을 샀다.
이는 미시적 세제 조정에 집착한 나머지 실거주자의 생활 양식과 제도 간 충돌을 간과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미시적 세제 논쟁 넘어: 정책의 정치 경제학
시장의 많은 전문가와 유튜버들은 "어떻게 하면 절세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시적 대응은 정부가 설계한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보다 본질적인 질문은 "정부가 왜 이토록 무리해 보이는 정책을 강행하는가?"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고 본다.
1) 팬덤 정치와 세력 확장
용산공원 부지나 서울 주요 요지에 청년용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하겠다는 발표가 대표적이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청년 주거 안정을 내세우지만, 관련 사업 수행을 위한 사회적 기업•공공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친위 지지 세력에게 명분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갖는다.
2) 꽃놀이패 구조의 정치 프레임 서울 도심 임대주택 건설이나 관련 사회적 기업 법안 추진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정부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
사업이 추진되면 지지층에 성과를 제시하고,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면 "기득권 야당의 발목 잡기"로 규정하여 프레임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미시적 분석의 한계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전세값 폭등 운운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을 보면서, 아직도 "전세 없애려는 전략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것은 마치 가두리 양식장에 갇혀 있는 물고기들이 서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은 미시적 사고 다름이다.
여기서 이 대통령의 계략을 눈치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셋째, 정치적 정교함과 야당의 대응 한계
여권의 정교한 정국 구상에 비해 야당의 대응은 속수무책에 가깝다.
정책의 정합성과 거시적 여파를 철저히 계산한 여권의 행보 앞에, 정교한 대안 없이 감정적 비판에 그치는 야당 지도부는 오히려 정부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되는 형국이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삶의 터전을 다루는 영역이다.
정교한 정치적 셈법과 팬덤 정치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국정 주도권을 가져다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과 국민적 고통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으로 주거 안정을 바란다면, 정치적 이득을 위한 프레임 정치를 거두고 시장 메커니즘과 국민의 현실을 직시하는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