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법
10년 전 저는 한 회사에 다니던 사람과 5년이라는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좋은 직장, 부부 공동 명의의 서울집,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까지 저는 제 인생이 역시 FM대로 흘러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신이 저주를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회사에서도 성공하고, 저를 닮은 아이도 낳고 기르며 멋진 배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장모님과의 마찰이 결혼 후에도 지속되었고, 저는 결국 그녀의 손을 놓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혼"이라는 이 두 글자가 제 인생에는 절대 없을거라 믿어왔는데, 결국 저는 이혼남이 되어버렸고 절망의 늪으로 끝없이 빠져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혼이라는 것이 별로 큰 문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에서 보는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뭘 저런 것으로 호들갑을 떠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이혼남이 되니 남들의 따가운 시선에 하루도 제대로 편히 잠드는 날이 없었고, 그 당당하던 모습의 나는 없어지고 어느새 초라하고 위축된 나 자신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술을 마셔도 잠이 들지 않는 불면증의 고통을 그 때서야 처절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썩어들어가며 몸까지 망가지는 모습을 봐야했지만 도통 다시 일어날 힘이 나지 않아 몇 번이고 주저 앉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그녀와 함께 다니는 회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몸이 멀어져야 마음도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을 떠나 멀리 해외를 떠돌며 마음의 휴식을 취했지만 고통스러운 순간의 기억 때문인지 타국에서도 제 정신은 돌아오지 않아 방황하기 일쑤였습니다. 나의 인생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뭘 도대체 잘못한 것일까? 나는 이제 정상의 길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것인가? 무너지는 나 자신을 일으켜 세워 볼려고 애를 썼지만 늪으로 깊이 빠져드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타국에서 외로운 마음에, 그리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때문에 저는 결국 6개월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혼을 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일상 속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기억을 떨쳐내기에는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혼남을 만나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다시 시작한다면 연애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과 불안함 때문에 누군가를 새로 만나는 것조차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잠들기 전에 잠시 켜보았던 연애 어플에서 한 여자를 보게 되었고, 그녀가 제 프로필에 남겨 둔 관심 하트 표시를 보고 저는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예쁜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나의 과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으며 멈추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내 인생에도 다시 봄날은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녀와의 대화 버튼을 누르게 되었고, 우리를 결국 봄이 오는 3월 화창한 토요일 주말 북한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연애를 오래 못 했던 탓인지 저는 그녀를 보자마자 횡설수설하게 되었고,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며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저 자신을 알기에 이번 만남도 이걸로 끝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는 저에게 저녁까지 먹고 가자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그녀는 저의 그런 천진난만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뭔가 슬픔이 있어 보여 손잡아 주고 싶었다는 말도 해 주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저는 용기를 내어 "혹시 여기서 부산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뭔지 알아요?"라는 질문을 했고, 질문을 들은 그녀는 갑자기 이 사람이 뭔 생뚱맞은 질문을 하나 싶었지만 저에게 "뭐예요?"라며 상냥히 되물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온진심을 다해서 "여기서 부산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가는 것일거예요"라는 준비된 멘트를 던졌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대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그녀는 저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었고 매일같이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한 켠에서는 나의 과거를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라를 죄책감이 자꾸만 들었고, 저는 그녀와 함께 하는 어느 날 밤 술의 기운을 빌어 제 과거를 그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말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저에게 그녀는 어깨를 토닥이며, 뭔가 있을 줄 알았다며 근데 그게 무슨 흠이냐며 되려 저에게 용기를 불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제 옆으로 와 따뜻하게 저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저의 사랑은 이렇게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결혼식날, 그녀가 제 앞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저 사람을 꼭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도 너무나도 많이 부족해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최근 잘 다니던 회사까지 사정 때문에 퇴사를 하게 되었고, 스스로 뭔가 해 보겠다며 도전을 하고 있는데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뭔지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녀에게 당당한 저를 보여주기 위해서 다시 리멤버에 들어와 제가 다시 날아올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요즘 저와 같이 퇴사와 이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제 아내가 찾아와 봄이 왔듯, 모든 사람들에게도 다시 봄날이 올테니 용기잃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 보시라고 응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제가 만든 회사가 리멤버에 등록되어 많은 인재를 모시는 일이 있길 바라며, 오늘도 저는 새로운 꿈을 꾸며 도전하고 실패하고 배우며 성장하겠습니다. 모두 힘내시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건강은 꼭 잘 돌보시길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거니깐요! 화이팅!
제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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