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품어온 짝사랑이 있으신가요? 제게는 피아노가 그렇습니다. 저의 지난 5년은 온통 피아노를 향한 동경으로 가득했습니다. 파리에서 살게 되어서, 틈이 날 때마다 피아니스트들의 공연을 쫓아다녔거든요. 파리의 아름다운 공연장에서 피레스 여사님, 폴리니 할아버지, 유자 왕의 손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나도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오랜 꿈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어’, ‘연습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수많은 핑계 뒤에 숨었지요. 그렇게 짝사랑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더 이상 미루면 평생 후회하겠다.” 그 길로 작년 5월,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 수줍게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첫 레슨 날, 제 화려한 감상 경력을 들은 20대 강사님이 “와, 귀는 완전 청와대급이신데요!” 라며 웃었습니다. 가슴이 뜨끔했어요. 제 손가락은 어릴 때 조금 배운 기억 마저도 모조리 잃어버린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거든요. 언젠가 슈만의 대곡을 연주하겠다는 거창한 꿈과는 달리,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손가락이 참 야속한 날들이었습니다. 그래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으면 참 행복합니다. 신기한 건, 어릴 때 엄마 손에 끌려 억지로 다녔던 피아노 학원에서는 그렇게나 재미없던 모차르트 소나타 16번이 지금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꼬이는 손가락을 보며 강사님이 “손가락이 알레그로를 기억하고 있네요!”라고 격려해주실 때, 그 시절 억지로 했던 연습이 지금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었다는 것을 알았죠. 피아노는 꾸준한 연습만이 살길입니다. 하지만 직장인 겸 아빠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야근하는 날은 연습을 못하고, 출장을 가면 몇 주씩 쉬기도 하니 실력이 잘 늘지 않습니다. 큰 맘 먹고 피아노 앞에 앉으면 거실에서 아이가 다급하게 외칩니다. “아빠! 아빠!” 아니면 옆에 와서 아무 건반이나 꿍꽝꿍꽝거리거나 악보를 촤라락 넘기며 방해를 놓기도 하죠. 하지만 이 모든 난관을 뚫고 퇴근 후 매일 30분이라도 피아노와 마주 앉으려 노력합니다. 요즘은 쇼팽의 <왈츠 7번>을 시작했습니다. 샵이 네 개나 붙어있는 악보를 보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아주 천천히 한 음 한 음 눌러가며 소리를 만들어낼 때면 설레입니다. 약지에 힘이 없어 소리가 뭉개지고 페달 타이밍을 놓쳐 박자가 엉망이 되어도 괜찮습니다. 이건 온전히 나를 위한 연주니까요. 완벽한 연주를 하는 것보다, 내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그 감각이 훨씬 소중합니다. 그리고 느려도, 미스 터치가 가득해도, 서사가 없어도, 완주는 완주입니다. 아마도 제 손은 영원히 그럴듯한 연주를 들려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매일 피아노 건반 숲을 기꺼이 헤매려 합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 시간만큼은 다른 것은 다 잊고,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는, 치유의 시간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늦었다고 생각해서 망설이는 사랑이 있다면, 오늘 바로 고백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정말 없더라고요. 사진 : 바르셀로나 공항에 누구나 칠 수 있는 피아노가 있길래 용기를 내서 짐노페디를 연주했는데, 누가 2유로를 놓고 갔습니다. 아내가 유럽에서 데뷔했다고 축하해줬습니다. 🤣🤣
[이벤트] 피아노와 연애 중
03월 05일 | 조회수 105
노
노브레인노패인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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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바닐라빈라떼
2시간 전
피아노는 아니지만 악기를 잠깐 배웠던 입장에서 공감가는 글이에요 ㅎㅎ 악기를 짝사랑한다고 하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직접 겪고나면 더 없이 잘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글 잘 읽었습니다!!
피아노는 아니지만 악기를 잠깐 배웠던 입장에서 공감가는 글이에요 ㅎㅎ 악기를 짝사랑한다고 하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직접 겪고나면 더 없이 잘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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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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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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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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