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란 건 남의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떴을 때도, 검진한 병원에서 연락이 왔을 때도 에이 설마 했거든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확진 받고 병원 밖을 나오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아세요? "아 프로젝트 어떡하지?" 였습니다. 미친 거죠. 내 몸속에 시한폭탄이 있다는데 당장 프로젝트 걱정부터 하는 제 꼴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 오히려 실감이 나더군요. 수술할 병원 예약을 하고, 회사에 사정 설명을 하며 인수인계를 하면서 자리 비울 준비를 했습니다. 병가를 내고,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고, 마취가 풀린 후부터 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린 채 며칠을 보내고, 수술 후유증이 조금 가시고 나니 깨닫게 됐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프로젝트가 걱정이 돼서 회사 메신저부터 확인을 했거든요. 제가 없으면 큰일날 줄 알았고, 그래서 몸 갈아가며 야근해왔는데 회사는 너무나 평온하게 돌아가더군요. 프로젝트에는 금세 제 대체 인원이 투입됐고, 급하게 인수인계를 했음에도 알아서 잘 진행해주시더군요. 이제 앞으로 어떡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매일 야근에 주말출근하느라 매일 피곤하고, 피곤을 버티느라 핫식스에, 커피에... 그러면서도 잠 줄여가면서 영어 공부하고... 근데 또 종일 섭취한 카페인들 때문에 각성 상태라 잠이 안 와서 위스키 한 잔씩 먹고 잠들고. 그게 멋지게 사는 건줄 알았는데요. 링거 꽂고 수술 상처 쓰라린 거 참으며 병원 복도 왔다갔다 하고 있으려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고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건장이었는데. 그냥 따뜻한 밥 한 끼 여유롭게 먹고 밤에 아무 걱정없이 푹 자는 게 최고였는데. 왜 좋은 것들을 다 나중으로 미뤘던 걸까. 일 좀 덜 하고 정시 퇴근해서 밥 잘 먹고 러닝이라도 할 걸, 자전거라도 탈 걸, 헬스장이라도 갈 걸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나중에 좀 더 여유로워지면 여행 가야지' '나중에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다못해 보고싶은 영화도 '극장 갈 시간 없는데... 나중에 넷플릭스 올라오겠지' 하고 미루고 살았으니까요. 근데 나중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죠. 당장 내 손에 잡힐 수 있는 행복들이었는데 말이죠. 이걸 보시는 분들은 저처럼 몸이 망가지기 전에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몸 내 건강이 가장 소중합니다. 오늘 안 끝나는 일을 밤을 새서라도 끝내려고 하지 마세요. 오늘 못 끝내면 내일 하면 되는 겁니다. 오늘 못 끝내는 일을 오늘까지 끝내라고 한 사람이 잘못이에요. 그걸 시켜놓고 못했다고 혼낸다면 그래 마음껏 뭐라고 해라 생각하고 한귀로 흘려버리세요. 웬만하면 정시퇴근하고 저녁에 가족들과, 친구들과 맛있는 거 드세요. 남들보다 조금 뒤처지면 어때요? 어차피 병원 침대 위에서는 억대 연봉이나 4천 연봉이나 똑같은 환자복 입습니다. 저요? 이제부터라도 제 인생 살아 보려고요. 제 인생의 진짜 주인이 되어 보려고요. 아직 남은 고비가 많지만 괜찮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몇 년 뒤 완치 판정이 나면 진짜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살 거예요. 다들 건강할 때 건강 챙기세요. 진심입니다.
암 수술 끝나자마자 회사 메신저를 확인하는 사람, 비단 제 얘기만은 아닐 겁니다.
02월 25일 | 조회수 717
꼬
꼬르뷔제
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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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
쌍화탕탕탕
02월 26일
고생하셨어요. 앞으로 남은 날들 아프기 전보다 더 멋지게 살아내실거에요👍
고생하셨어요. 앞으로 남은 날들 아프기 전보다 더 멋지게 살아내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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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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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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