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 감정은 내가 받고, 대표 스트레스도 내가 받는 구조… 정상인가요?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UX 설계하고, UI 방향 잡고, 기획 구조 만들고, 일정 조율하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가는 일. 겉으로 보면 전문성과 책임이 쌓여온 시간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느끼는 건 실력의 무게가 아니라, 감정의 무게입니다.
리더가 되면 자연스럽게 팀원들의 감정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억울함, 비교의식, 인정받고 싶은 마음, 연봉에 대한 불만, 조직에 대한 실망감. 겉으로는 업무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대부분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해주고, 정리해주고, 때로는 대신 싸워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팀의 감정을 흡수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감정 처리 직군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동시에 위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압력이 내려옵니다. 일정은 왜 밀리냐, 퀄리티는 왜 이 수준이냐, 리스크는 왜 미리 못 잡았냐. 이유보다는 결과, 맥락보다는 숫자. 대표나 상위결정권자는 조직 전체를 보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압력을 그대로 받아내는 위치 역시 리더입니다. 아래에서는 “왜 우리만 힘드냐”를 듣고, 위에서는 “왜 아직도 이 정도냐”를 듣는 자리. 중간에 서 있다는 건 양쪽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정작 양쪽 모두에게 완전히 이해받지는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 역할을 잘할수록 더 많은 감정이 몰린다는 겁니다. 팀원들은 “저 사람은 들어줄 거야”라고 생각하고, 대표는 “저 사람은 알아서 정리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대를 스스로도 외면하지 못하고 계속 받아내다 보면, 심리적 체력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그런데도 쉽게 흔들릴 수는 없습니다. 리더가 지쳐 보이면 팀은 더 불안해지니까요.
디자인 문제는 논리로 풀 수 있고, 기획 이슈는 구조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결국 하루의 에너지 대부분이 감정 조율에 쓰이고, 정작 내 감정은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반복됩니다. 가끔은 내가 팀의 감정 쓰레기통이자, 조직의 완충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10년을 했는데도 아직 이 부분은 어렵습니다. 이제는 “버티는 법”이 아니라 “덜 소모되는 구조”를 고민하게 됩니다. 감정을 다 받아내지 않으면서도 팀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상위 스트레스를 그대로 흡수하지 않고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지, 오래 가는 리더들은 무엇을 다르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같은 고민을 겪어본 분들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지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