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0대 중반, 5년차 대리인 남자입니다.
현재 회사와 커리어에 대해 고민이 생겨,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조언 구하고자 글 올립니다.
저는 국내 최상위권 경영학과를 졸업하였으나, 학점이 낮아서인지 취업이 많이 늦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마케팅/경영전략을 위주로 공부하였고, 전략컨설팅 직무를 희망하여 컨설팅 인턴 및 RA로 근무한 경력도 있으나, 워라밸이 지나치게 열악하고 건강을 해치겠다는 판단으로 일반 대기업 취업으로 목표를 변경하였습니다.
이후 취업에 계속 실패하여 당시 떠오르던 '빅데이터 마케팅' 분야의 국비교육을 이수하면서 기초 통계학과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공부하였고, 프로그래밍에 제법 재능이 있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 직무를 희망하였으나, 이와 무관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됩니다.
30살에 대기업에 첫 정규직으로 취업하였으나, 희망하지 않던 회계팀으로 발령받아 연결회계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대학시절에도 전공필수인 회계원리만 듣고 중급회계는 듣지 않을 정도로 회계에는 관심도, 지식도 없었지만 반년정도 중급회계 교육을 받아서 어찌어찌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직무라고 퇴사하기엔 취업준비 기간이 너무 길었고, 업무 역시 어떻게든 공부하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년차에 지금 회사의 관리회계/재무분석 직무로 이직을 합니다. 전문적인 회계 지식을 요구하는 회계팀보다는, 재무 및 회계 지식을 기반으로 회사 사업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업무가 낫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감이 듭니다.
우선 직무가 불분명합니다. 공식적인 제 직무는 경영분석인데, 실제 하는 업무는 예산/지출 관리 및 월간 비용 집계 수준입니다. 분석이라고 하기에도, 경영관리라고 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분석이나 관리를 고도화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현재 제가 담당하고 있는 전사 비용에 대해서 관리 기준도, 분석할 수 있는 기준정보도 불명확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스템 투자와 기준정보 확립을 제언했으나, 팀장 선에서 커트당했습니다. 필요성을 인지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고, 비용이 발생하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건은 IT 기획팀에서도 실효성을 인정했고, 본인들이 연간 배정받은 예산 내에서 개발하고 싶다고 동의한 건이었습니다.
애초에 팀장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 이유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팀장은 원래 같은 팀 다른 파트장이셨던 분으로, 올해 팀장이 되었습니다. 파트간 업무가 전혀 달라 업무상 접점도 딱히 없었구요.
저희 회사는 사규상 자율출퇴근인 회사인데, 저는 입사 이후 9시반~10시 사이에 주로 출근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9시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회사가 자율 출퇴근인 것과 재무 부서의 출근시간에는 관계가 없다구요. 팀장이 되신 후 주의받은 내용이라 이후에는 9시에 맞춰 출근하고 있습니다만, 저와 관계 없던 시절에 출근이 늦다는 이유로 저를 안 좋게 보고 있었다는 점이 어이가 없습니다. 이외에도 '너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열심히 하는게 아니다' 등의 납득할 수 없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구요.
이게 재무라는 직무 자체의 특성인지, 아니면 지금 회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보수성, 혹은 꼰대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는 현 수준의 관리 및 분석 내용에 만족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점도요.
그래서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만, 직무의 문제는 아닐지 고민입니다.
만약 회사의 문제라면 같은 직무의 다른 회사로 이직해보면 되겠지만, 직무의 문제라면 이제와서 커리어를 바꿔보아야 할 테니까요..
과연 어떤 직무를 찾아보아야 할지, 아니면 이직할 회사를 찾을 때 어떤 점을 고려해보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데이터분석 대학원을 나와서 데이터분석가로 직무를 변경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성이 있는 대안인지 고민됩니다.
-----------------
글을 적어놓고 보니 커리어 조언을 위한 내용보다는 현재의 답답함 위주로 적혀있어서, 제가 고민하는 부분을 좀 더 적어봅니다
제가 그간 느낀 회계/재무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꾸준한 안정감이란 느낌입니다. 하지만 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제도를 정비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걸 선호합니다.
사소한 실수가 많은 편인데, 업무 자체가 숫자 등 디테일이 중요하다 보니 살짝 빼먹거나 순간적으로 잘못 기억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으면 현 직무 역량이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데이터를 정리해서 요청받은 자료를 빠르게 뽑아내는 역량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순간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늦어서 역량이 부족하다 여겨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획/전략 직무가 더 맞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떤 진로를 어떻게 찾고,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할 지 막막해서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