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대한 의욕 저하
안녕하세요!
많이 고민 끝에 조언을 듣고자 글 씁니다.
저는 중학교~대학교까지 영미권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만 3년차 (현재 27살/여자) 직장인입니다.
대학교는 산업공학 계통의 공대를 졸업하고, 해외로 돌아가려다가 잠깐 갭이어 중 감사하게 갑작스럽게 취직이 되었고, 부모님께서 한국에 있기를 강하게 원하셔서 3년간 유통쪽 대기업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 어릴때부터 연구개발직을 생각하고 준비했었는데, 지금 직무에는 늘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만 들고 제가 원하던 직무와 많은 면에서 정반대 여서 계속 원했던 커리어와 멀어지는 기분에 많이 괴롭습니다. 예전에 보던 책들 자료들 보면 이제 잘 이해가 안되니 더욱 자괴감이 듭니다.
지금 직무에서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 평가가 좋으면 제 내면은 더 괴롭습니다. 1년차, 2년차때는 불평하면서도 배우는 과정이다 생각하며 버텼지만 3년차가 되면서... 조직이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자료 서식 등을 많이 강조하시고 선임 직원들에게 여러 면에서 우선권이 주어지는데요, 저는 후임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동안 크고 작게 쌓인 억울함과 서운함이 이제는 매일 감당이 잘 안됩니다. 아마 어떤 부분이 힘들다 말해도 결국 제 책임이라 하실것 같아서...그냥 주말과 야근으로 처리하거나 제 담당 업무가 아니라도 먼저 죄송하다고 하는데..이제 3년째 되니..좋은 평가가 결국 이런 과정을 잘 견디었다는 것 같아서 더 의욕이 없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어떤 직무에도 기대가 안 됩니다. 어딜 가도 비슷할 것 같고,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알아도 모른척 몰라도 아는척 하며.... 예전에 흥미있어하던 것들도 흥미가 없고 스스로 더 땅굴을 파고 점점 더 멍청해지는것 같습니다. 요새는 처음부터 제가 능력이 너무 부족했어서 마땅히 감내해야 할 패널티다, 직장인이니 성인으로서 당연한거다..다들 각자 책임지는거다..이런 생각도 도움이 안됩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키더라도 직장 생활에서 인정을 받기도, 성취를 인정받아도 기쁘거나 성장하는 느낌이 있을 거라는 상상이 전혀 안 됩니다.
취직 후에 (제 개인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외모에 대한 강박이 많이 심해져서 현재 55사이즈 인데도 살을 훨씬 더 빼야할 것 같고, 대인관계에 대한 불신도 많이 생겨서 특히 직장에서는 모두와 적정히 거리를 두고 솔직한 사담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직장과 관련된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의욕이 돌아올까요...?? 학업이 되던, 이직이 되던,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혹시 해서, 해외로 다시 지원하기에는 올해 결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