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직종에서 상급자가 대안 제시 없이 비판만 할 때
개발이란 것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직 전체가 합심해서 달라붙어도 쉽지 않은게 신 제품 개발이라고 생각됩니다.
기획이면 기획이고 설계면 설계, 시험이면 시험, 이렇게 자기분야에 충실하면 되는 직무와는 달리 개발은 각 분야를 두루 이해하고 있어야하고 다 신경써야만 하죠.
또, 개발은 취사선택이 중요한 영역이라고도 봅니다. 단가와 품질은 어느 정도는 반비례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고, 따라서 가용자원, 예산에 따라 어느 정도는 양쪽의 비율을 맞춰가야 하죠.
문제는 개발을 해야하는 부서인데 상급자가 특정 부서에만 치우친 시각을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가령, 생산기술 출신이고 공장장 위치에 계신 상급자분이라면 상품성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공법상 편하게, 그리고 원가를 낮춰서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죠.
반대로 품질 출신이신 분이 상급자이면 단가나 개발의 어려움 따위는 무시하고 무조건 품질이 안좋으면 그것에 대해 태클만 거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같은 연구개발부문 안에 속한 임직원으로써, 그리고 상급자라면 부하직원이 진행하던 일에 대해 질책하고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는건 당연하겠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방향설정 및 의사결정을 해줘야 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현재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희안합니다.
개발 도중에 품질 이슈가 생기면 해당 품질 이슈에 대해 상급자분은 이런 저런 불평을 합니다. 문제는 불평에서 끝나버리고 전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신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개발관련 직무 출신이 아니셔서 개발에 관해 어떻게 치고나가야할지 감이 없으신 상태인데, 개발이 전혀 진전되고 있지 않던 아이템을 아래 직원이 어떻게든 꾸역꾸역이라도 움직이게 만들어놓으면 거기에서 온갖 태클을 걸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경영층과의 소통 과정에서도 개발관점, 설계관점, 생산관점의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서 소통하고 업무지시를 받아와야하는데, 개발에 대해 잘 모르니 경영층 요구에 무조건 YES만 하다가 밑에 사람이 똥을 치워야 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합니다.
회사 생활이 원래 당연히 어려운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상급자분이 전혀 다른 직무 출신을 앉혀놓고 전혀 멘토로서 역할을 못하면서 태클만 걸고 의사 결정은 전혀 안해주는 상황이니 난감하네요. 제가 흔히 말하는 '샤바샤바'를 잘 못하는 타입이라 일부러 그러는 것일런지... 답답합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이직하는건 회피하고 도망치는 것 같아 꾹꾹 참고 다니고 있는데 이런 난제들이 계속 하나 둘씩 쌓여가니 이제는 정말 도망치는 것 밖에 답이 없나라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이런 경험 해보신 선배엔지니어분들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상급자가 영업출신이라거나 품질출신이라거나 구매출신이라거나 등등... 이럴 땐 어떻게 지혜롭게 해쳐나가야 할까요? 너무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신원 노출될까봐 자세한 사정은 설명 못드리는 점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