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앞두고, 10년 가까운 회사생활을 돌아보며
안녕하세요, 퇴사 일자가 정해져 곧 업무 종료를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 영업 팀장입니다.
규모로만 보면 일반 중소기업이지만 대표님 지향점이나 사내 문화가 스타트업에 가까운 회사인지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팀장 직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의견을 여쭙고자 남기는 글은 아닙니다. 퇴사를 앞두고 조용히 정리를 해보고 싶었고, 팀원이나 지인에게는 100% 털어놓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익명에 기대어 한번 꺼내보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작은 공감이 됐으면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인정 욕구가 강한 편이었지만, 착한아이 증후군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진 소리를 하는 것도, 갈등을 만드는 것도 부담스러워 크게 나서는 일 없이 조용한 학창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런 제가 영업 직무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첫 직장은 고등학교에서 연결해준 회사로 별다른 고민 없이 입사했습니다. 얼마나 다닐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전형적인 사회초년생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요즘 흔히 말하는 MZ스러웠습니다. 실수는 많이 했고, 뒷수습은 상급자분들이 해주셨지만, 정작 저는 억울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못 받냐고, 친구들과 회사 욕을 달고 살았습니다. ㅎㅎ
처음에는 영업과 무관한 직무로 입사했지만, 중소기업이 다 그렇듯 상품 등록부터 택배 포장 업무까지 경계 없이 맡게 되었습니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하라고 하니까 했고, 어느 순간 6년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 사이 마지막으로 모셨던 팀장님 덕분에 온라인 영업이라는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지금도 간간이 연락하며 지냅니다. 퇴사나 이직에 대한 고민은 오백만번 했지만 말을 잘 꺼내지 못했던 제 성격탓에 6년이나 근무했고, 지금 돌아보면 안정적인 경력을 쌓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렇게 퇴사를 결심하고, 조금의 휴식 후 지금의 회사로 입사했습니다.
규모도, 마케팅 비용도, 매출 구조도 이전 회사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새삼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었습니다. 온라인 영업으로 입사해 신규 브랜드 채널 영업을 맡았고, 공격적인 투자와 영업을 병행하며 매출도 안정됐고, 팀원도 늘어 팀장 직책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좀 뿌듯했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뿌듯함이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조직개편이 시작되었습니다. 팀이 공중분해되었고, 저는 오프라인 영업팀으로 이동했습니다. 실적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직이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트업이니까요. 오프라인에서도 실무를 터득하고, 실적을 쌓아가며 다시 팀장 직책을 받았습니다.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더니 어느 순간 책임이 따라왔고, 어느새 적지 않은 규모의 조직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조직 규모에서의 팀장 자리가 처음인 만큼 잘하고 싶었습니다. 실적도 내야 했고, 팀원도 챙겨야 했고, 주요 거래처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밀리지 않아야 했습니다. 버겁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적응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회사가 그 속도를 따라와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가 대상자가 될 때도, 아닐때도 있었지만 길게는 분기, 짧게는 한 달 단위로 조직개편이 반복되었습니다. KPI가 바뀌고, 팀 구조가 바뀌고, 보고 라인이 바뀌었습니다. 그때마다 방향을 다시 잡고, 팀원들을 다독이고, 위로는 상부의 압박을 받아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역할은 커졌지만 그에 따른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회사 사정으로 연봉이 동결되는 해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여기서 소진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평균 연령이 저보다 높은 팀원들로 구성된 조직을 갑작스럽게 맡게 된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나이도, 경험도, 업력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팀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소모적이었습니다. 위로는 상부의 압박을, 아래로는 팀원의 무게를 동시에 받아내는 구조. 그 안에서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야근도, 주말 업무도, 특근도 당연한 것처럼 해왔습니다. 팀장이니까, 스타트업이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면서요. 어느 날 문득,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질문에 선뜻 괜찮다는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게 퇴사를 결심한 이유입니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크게 다퉜거나, 억울한 일이 있었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이 회사에서 더 버티는 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더 이상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팀장 직책에는 왜 온보딩이 없는 건가요 ㅎㅎ
짧은 팀장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팀장은 정말 쉽지 않네요.....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참 많이 돌아왔습니다. 영업과는 전혀 다른 직무로 시작해서 온라인 채널 영업을 하고, 어쩌다 오프라인 팀장까지. 계획한 경로는 하나도 없었고, 그냥 앞에 놓인 일을 했을 뿐인데 커리어라는 게 붙어 있더라고요.
앞으로의 커리어도, 개인적인 삶도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이직이라는 카드를 쓴다면 지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게 합리적인 판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저에게는 지금이 그 타이밍처럼 느껴졌습니다. 당분간은 조금 쉬면서 다음을 조용히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잘 버티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