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정말 나쁜 걸까요?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글을 마주합니다. 예전엔 그런 글을 보면 그런 말씀 마세요, 사셔야죠! 같은 댓글을 달았는데, 요즘은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AI가 인간의 효율을 앞지른 2026년, 겨우 겨우 생존을 증명받는 이 일상 속에서 그들이 내뱉는 '죽고 싶다'는 말은 그냥 '제발 좀 쉬고 싶다'를 처절하게 부르짖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죠. 태어나는 건 positive인데 죽는 건 negative잖아요. 죽음은 절대악이고, 피해야 할 비극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눈을 뜨고, 사무실 모니터 앞에서 내 영혼을 깎아 KPI를 채우며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다보니 문득 의문이 드는 거죠. 도대체 이 지독한 현생이라는 게임에서 로그아웃하는 게 왜 그렇게 나쁜 일이어야만 할까요?
어쩌면 죽음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하고 완벽한 마침표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유능한지, 돈을 얼마 버는지, 누구에게 인정받는지 증명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장소잖아요. 자본주의도, AI도, 타인의 시선도 침범하지 못하는 가장 공평한 안식처요. 우리가 태어나기 전 수십억 년 동안 이미 '무(없음)'의 상태였지만 그 시절을 고통으로 기억하지 않듯, 죽음은 그저 우리가 원래 있던 평온한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뿐인데 우리는 왜 그 미래를 이토록 미워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죽음이 정말 나쁜 것이라면 삶이 이토록 고통스러울 때 왜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곳을 떠올리는 걸까요? 아마도 우리 잠재의식 속에서는 죽음이 공포가 아니라,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최후의 휴식권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마침표가 있어야 문장이 완성되듯, 죽음이라는 확실한 끝이 있기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이 엉망진창인 삶을 끝이 있는 여행으로 여기며 하루를 더 버텨낼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미화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언제든 셔터를 내릴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오늘 하루를 다시 한번 버티게 하는 묘한 안전핀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거죠.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에게 '절대 뛰어내려선 안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언제든 내려갈 수 있으니 조금만 더 풍경을 구경하다 가는 게 어때?'라고 말해주는 것이 때론 더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요.
마침표가 있어야 비로소 문장이 완성되듯, 죽음이라는 확실한 끝이 있기에 우리는 이 엉망진창인 삶을 끝이 있는 여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쉼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리면 어떨까요. 죽음이 비극이 아니라 언젠가 마주할 평온한 마무리라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오늘 하루의 고통이 조금은 가벼워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