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가 없어진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어느새 서른 여덟, 문득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아 몇 자 적어봅니다.
카톡 친구를 정리하다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친구 이름을 한참 쳐다봤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 사회 초년생 때까지 제 모든 첫 경험과 비밀을 공유했던 친구인데, 마지막 카톡이 작년 제 생일날 나눈 생일 축하 카톡이더라고요. 일년에 딱 두 번 연락하는 날, 각자의 생일.
더 슬픈 건 우리가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대화를 슬슬 위로 올려봤어요.
그랬더니 언젠가부터 서서히 길어지는 답장 간격이 보이더군요.
예전엔 한 페이지 가득 ㅋㅋㅋㅋㅋ가 채워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뜸해지고, 카톡이 길게 이어지지 않고, 날씨 좋다 오늘 뭐해? 등의 타이밍이 어그러진, 하지만 그리운 인사들만 왔다 갔다 하더군요.
저는 직장 생활에 치여 사는데 친구는 일찍 결혼해 육아를 시작했고, 서로의 고민이 더 이상 맞닿지 않는다는 걸 느꼈을 때의 적막함.
만나고 싶어도 "조만간 보자"는 말만 반복하다가, 이제는 그 조만간조차 서로 묻지 않게 됐습니다.
싸운 것도 아니고,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삶의 속도가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일 뿐이지만.. 문득 돌아보니 저를 가장 잘 알던 사람이 사라져 있네요.
이제는 너무 기쁜 일이 생겨도, 또는 너무 힘들고 지쳐도 가장 먼저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게 참 씁쓸합니다.
회사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은 늘어가지만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진짜 친구의 자리는 대체가 안 되나 봐요.
나이가 든다는 건 이렇게 하나씩 소중한 걸 조용히 놓아주는 과정인 걸까요. 오늘은 유독 그 친구랑 편의점 앞에서 맥주 마시며 떠들던 밤이 그립네요. 날씨가 좋아서 더 그런 걸까.
날씨 좋다. 맥주 마시자!
라고 말할 사람이 없어서 여기라도 적어 봅니다.
날씨 좋다. 오늘 퇴근하고 맥주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