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제 실수를, 부장님은 3년 동안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부족한 직장인이였습니다.
입사 초반의 저는 제가 이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업무를 배워도 자꾸 놓치는 부분이 생겼고, 다른 직원들은 금방 끝내는 일도 저는 몇 번씩 확인해야 했습니다. 실수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퇴근한 뒤에도 낮에 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불 속에서 후회하곤 했습니다.
그때 저를 담당하셨던 분이 바로 박 부장님이셨습니다.
부장님은 평소 칭찬에 인색한 분이셨습니다. 보고서를 가져가면 잘했다는 말씀보다는 수정할 부분부터 짚으셨고, 회의 시간에도 불필요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장님이 저를 답답하게 여기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입사한 지 석 달쯤 지났을 때, 회사 전체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정리한 자료에 숫자 하나가 잘못 입력되어 있었고, 그 자료가 다른 부서로 전달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뒤늦게 오류를 발견한 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당장이라도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장님께 달려갔습니다.
"부장님, 제가 잘못 입력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확인했어야 했는데……."
혼날 각오를 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부장님은 저를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먼저 자료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확인하셨고, 관련 부서에 직접 연락해 문제를 바로잡으셨습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뒤에야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실수는 고치면 돼. 다만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네 방식부터 바꿔."
그날 저는 혼나지 않았다는 안도감보다, 제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수습해야 했다는 죄책감이 더 컸습니다.
다음 날부터 저는 제가 자주 틀리는 항목을 따로 기록했고, 자료를 제출하기 전 확인하는 순서도 만들었습니다. 제가 달라졌다는걸 부장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자필로 적어서 부장님께 드리기도 했죠 ㅎㅎ..
그런 제 노력이 빛을 보듯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실수는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직원의 자료를 검토하는 일도 맡게 됐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최근 회사에 조직 개편이 있었습니다. 부장님께서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으셨고, 저희 부서는 새로운 책임자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근무일을 앞두고 부장님께 드릴 선물을 고민했습니다. 비싼 것을 준비하기에는 부담스러웠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드리지 않자니 마음에 걸렸습니다.
결국 작은 만년필 하나와 짧은 편지를 준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러 갔을 때 부장님은 제 편지를 읽으시더니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셨습니다.
그 종이에는 제가 입사 초기에 작성했던 업무 개선 계획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실수했던 항목, 다시 확인하기로 약속한 내용, 그리고 그때 스스로 적어 놓았던 문장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다른 사람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까맣게 잊고 있던 문장이었습니다.
부장님은 그 종이를 제게 건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처음 왔을 때는 네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네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봤지. 사람은 처음부터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걸 인정하고 바뀌는 게 더 어렵더라."
잠시 말을 멈추신 부장님은 덧붙이셨습니다.
"그때 네가 실수했던 자료 말이야. 사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어. 그때 누군가 내 실수를 바로잡고 더 나아질 기회를 줬거든. 나도 너한테 그렇게 해주고 싶었어."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혼날까 봐 두려워하던 그날, 부장님은 단순히 제 실수를 수습해 주신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한 번의 잘못 때문에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할 수 있던 기회를 주셨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목이 메어 겨우 인사를 드리고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오래된 종이를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제가 직접 자필로 적은 그 다짐이 어쩐지 낯설면서도 애틋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신입사원 한 명을 가르치는 평범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실수해도 다시 배울 수 있다는 것, 부족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후배를 가르치는 자리에 서게 된다면, 그 사람이 실수했을 때 무조건 잘못부터 지적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잘못을 바로잡게 하되, 다시 해볼 용기까지 빼앗지는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장님이 제게 주신 것은 업무를 배우는 시간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의 가능성을 너무 일찍 판단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받은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도 돌려줄 수 있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다만 이제는 실수했다고 해서 제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 사실을 알려주신 부장님께, 이 글을 빌려 늦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부장님, 그때 저를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꽤나 지난 일이라 글이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ㅎㅎ 어딘가 이상하더라도 이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분들 2026년 잘 마무리하시고 2027년도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