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포기하고 이직 고민 중
안녕하세요. 항상 염탐만 하다가 처음 글을 쓰려니 떨리네요.
최근 인생 최대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집단 지성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인 중소기업에 4년째 재직 중이며,
1년 후부터 3년에 걸쳐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평균치 기준 약 2~3억의 가치 예상됨)
그런데, 최근 들어 하루에도 수차례 퇴사 고민을 합니다.
이유는 당장 제 직무에 변동이 있기 때문이고
더 본질적으로는 경영진이 구성원의 직무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말로는 존중하지만 결과적으로 행동은 그렇지 못한)
그런 경영 방식으로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저는 기술영업 15년차인데,
해외 시장 신규 진출(GTM)을 맡아서 마케팅까지 하라고 하셨습니다.
기존에 공들여 키워놓은 팀원들은 다른 팀으로 보내고, 신입 한명 데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케팅 경력직 1명 붙여준다고 하셔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케팅 경력자 채용은 불가하다고 말이 바뀌고,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라고 합니다.
신규 시장 진출 시에는 마케팅이 우선이라고 기술영업은 신경쓰지 말고,
해외 시장에서 기업 인지도 구축부터 리드 발굴까지 파이프라인 앞단부터
마케팅 먼저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달라고 하십니다.
참고로 현지 법인은 설립하지 않을 계획이고, 마케팅 예산은 없습니다.
내부에서 직접 할 수 있는 것만 하라고 하십니다.
나가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 같아서 여쭤봤는데, 펄쩍 뛰며 아니라고 하시네요.
중요한 일인데,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외엔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부탁하는 거라고요.
죽이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하는 것보다, 해외 마케팅 경력자를 뽑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경영진이 사람 한명 뽑을 때 엄청 신중하게 보고, 새로 사람을 뽑는 것에 엄청 방어적입니다.
업무가 포화 상태면 새로운 인력을 뽑아서 트레이닝 시켜야 하는데
검증 기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항상 기존 인원에게 직무 상관없이 떠넘기듯 업무를 밀어 넣습니다.
이미 이 것 때문에 나가신 분들이 적지 않고요. 하나같이 아까운 분들입니다.
이제 제 차례인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 1명 데리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데, 현타가 옵니다.
지난 주에는 C레벨 대신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시장 동향에 대한 인사이트 발표도 했고
(자료 조사부터 제작, 실제 발표까지 제가 혼자 다했습니다.)
E-DM인가 하는 것도 처음 보내봤고, 마케팅 메시지 시퀀스도 설계하고, 보도자료도 직접 작성했습니다... AI 툴이 있으니 불가하지는 않네요...
이 분야에서 기술영업을 하고 싶어서 왔고,
체계가 전무한 회사에서 팀 빌딩과 업무 시스템 구축에 대한 성과도 인정 받았습니다.
아무도 안시켜도 일이 재밌어서 몸을 갈아넣으며 일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 현타가 너무 큽니다.
철없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국내외 대기업을 마다하고
업무 주도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선호해왔기에
이렇게 변한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톡옵션이 아니었다면 오래 고민하지 않았을 겁니다.
당장 1년은 어떻게든 버틴다 해도, 3년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아내는 당신이 스트레스 받아서 아픈 게 더 싫다며 무조건 제 결정을 지지하겠다고 합니다.
경영진과 면담을 통해 만약 당장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구성원의 직무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런 회사가 오래 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제가 혼자 정글에 던져져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성장한 편이라
주변에 속을 터놓고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는 현명한 선배님들이 안계십니다.
그리고 주변에 재테크에 밝은 분도 잘 안계십니다.
아버지도 장인어른도 평범한 직장인과 공무원이셨습니다.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나가겠다는 결정을 반대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으니
오히려 내가 제대로 판단을 하는 건가 우려가 되었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식견이 짧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팩트로 귓빵맹이 두드려 맞으면 생각이 바뀔까 싶기도 하고요.
스톡옵션 행사할 때까지 3년간 스테이 or 답 없으니 조속히 이직 준비
선배님들께서 제 입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실 건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40대 초, 딩크입니다.
기술영업이지만 문과 출신이라 연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9천 중반 정도 됩니다.
호주에서 대학 나왔지만 명문대는 아닙니다.
다만 적극적인 성격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많이 불러주셨습니다.
현재 회사도 C레벨 스카웃으로 왔습니다.
뼈때리는 조언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조언 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