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강아지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늘 개가 있었습니다. 진도, 풍산, 토이푸들부터 시추까지. 그때의 제게 개란 그저 '함께 사는 군식구'였고, 지금처럼 반려견이라는 깊은 개념보다는 그저 동생 같은 가벼운 존재였습니다.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가 제 손을 조금씩 떠나 제 앞가림을 하는 어린이가 되어 갈 무렵, 삶의 여유가 찾아오려는 그 찰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짧은 투병 끝에, 우리의 간절한 기도와 노력은 무색하게도 어머니는 그렇게 가셨습니다. "아이구 내 새끼" 하며 불러주던 영원한 내 편.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 주던 그 거대한 존재가 사라지자, 저의 지난 30년도 함께 한순간 없어졌습니다.
그 후 1년은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이면 홀로 술을 마시며 버텼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직장과 가정에서는 틈을 보이지 않으니, 아무도 제 속이 곪아가는 걸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그런 저를 남몰래 걱정하던 남편이 어느 날 개를 데려오자고 했습니다. 저 역시 다소 충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호소에서 제 메마른 마음만큼이나 마르고 볼품없는 푸들 한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남편은 속으로 '왜 저렇게 못생긴 개를 골랐을까' 당황했다고 합니다. 감정도 없고 마르기만 했던 그 어린 개는, 제게 동생이 아닌 '아들'이자 '내 새끼'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챙기기 위해 매일 산책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술 마실 시간이 줄었고, 몸도 건강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무서워지더군요. 죽고 싶던 마음이 다시 살고 싶어질까 봐. 하지만 제가 사랑을 주는 만큼, 감정이 없던 개가 웃기 시작하고 몸에 근육과 살이 붙었습니다.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아이는 그렇게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도 매일 조금씩 함께 피어났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매일이 행복했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마른 잔디를 느끼고, 바람이 불면 엎드려 계절을 즐기던 그 아이의 모습. 수십만 원짜리 심리 상담보다 말없이 곁을 지켜주던 나의 첫 강아지가 제 인생 최고의 위안이었습니다.
문득 구정이 되니 그 따스했던 온기가 생각나, 이렇게 일기를 쓰듯 마음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