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마흔살 먹고 축의금 5만원 하면 욕먹어요?
올해로 딱 40살 됐습니다. 저는 비혼이라, 축의금 회수에 대한 생각없이 진짜 그냥 축하를 표현하기 위해 축의를 하는데요. 그래서 친하면 10 이상, 그냥 아는 사이면 5를 고수해 왔습니다. 물론 이 기준은 코로나 이전 이야기긴 합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또래들은 이미 다 갔고ㅎㅎ 주로 친한 동생들 결혼 초대만 받다 보니 대부분 10을 냈습니다. 지금 회사가 작은 스타트업이라 다들 어린 친구들밖에 없어서 결혼하는 사람도 없고, 회사 사람 말고는 만나는 사람도 잘 없어서 주변 결혼식은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근데 얼마 전에 제 첫 직장 입사 동기 결혼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당시 입사 동기가 20명 정도 되는데 다들 또래인 데다가 앞 기수 선배들과도 친해서 한 30명 넘게 같이 있는 단톡방이 있거든요. 15년 가까이 이어져 온 단톡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직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1년에 한두번씩은 단톡방에서 서로 업무적인 것을 물어보거나 안부 묻는 용도로 이어져 왔습니다. 대부분 같은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모르는 거 물어볼 때 실질적으로 도움도 많이 되는 방입니다.
아무튼 이 방에 동기 한 명이 결혼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청모를 한 건 아니었고, 결혼식 한달쯤 전에 결혼한다며 모바일 청첩장 링크만 올라왔습니다. 그 친구와 막역했던 사이도 아닌 데다가(실물로 못 본지 거의 10년 됐습니다), 하필 결혼식 날에 이미 잡혀 있던 개인 일정이 있어서 못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청첩장 링크에 축하 메시지 적는 곳에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기고, 거기 적힌 계좌번호로 5만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렇게 축하하는 마음을 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에 평소에 따로 연락하고 지내는 다른 동기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기혼인데, 같이 밥을 먹다가 이번에 결혼하는 동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걔가 결혼할 줄은 진짜 몰랐다는 둥 수다를 떨다가 자연스럽게 축의금 이야기가 나왔고, 제가 못 가게 돼서 계좌로 5만 원 보냈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아 진짜? 하면서 놀라더라고요. 우리 나이가 그래도 마흔이고, 같이 알고 지낸 세월이 10년이 넘었는데 요즘 물가에 5만원은 너무 적은 거 아니냐면서요.
아니 참 나. 너도 알다시피 나 비혼이고 앞으로도 돌려받을 생각 없이 순수하게 축하하는 마음으로 낸 거 알지 않냐. 게다가 내가 식장에 가서 밥을 먹은 것도 아니고 나 때문에 나간 돈이 0인데 5만원을 그냥 보냈으니 걔 입장에서는 100% 순수익이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아니 그래도... 하고 말을 흐리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그랬더니 어쨌든 축하한다고 메시지도 남기고 축의금도 보냈는데 고맙다는 연락도 없는 그 결혼한 동기도 똑같이 생각하는 걸까 싶어서 갑자기 불안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5만원은 안 주느니만 못한 돈인가요? 오래 알고 지냈다고, 나이가 마흔이 넘었다고 10 이상을 해야 하는 건가요? 물론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안 그런 사람들보다 끈끈한 느낌은 있긴 한데 그건 이 '무리'에 속해있는 사람이라서지, 그 사람이라서가 아닌데요. 한 번도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되니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싶어서 찝찝합니다. 선배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s.
혹시 이 글을 대화 나눈 친구가 보고 맘 상해 할까 싶어서 그 친구한테 먼저 말했습니다. 그때 5만원 냈다고 뭐라고 했을 때 나 사실 좀 기분이 안 좋았다. 근데 만약 이게 진짜 잘못이라면 결혼한 동기한테도 다시 연락을 할 필요가 있으니까 여기 글 올려보겠다고 허락을 받았어요. 그 친구도 생각해보니 너는 결혼도 안해서 그친구한테 받은 것도 없는데 자기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을 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