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사합니다. 저 잘한 거 맞죠?
사내연애 1년 반.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에게 석달쯤 전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내가 본인에게 과분한 사람인 것 같다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정진하고 싶다, 그렇기에 당분간 누구를 만날 여유가 없다는 이해가 안 되는 이유였어요. 정말 말도 안되지 않아요? 그래서, 너무 이해가 안 가니까 제가 많이 질척댔어요. 정말 많이 좋아했으니까. 울면서 얼마나 잡았는지 몰라요. 술 마시고 울면서 전화하고.
사무실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들과 웃는 그 사람을 보며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근데 헤어지고 보름도 안 돼서 알게 됐습니다.
연말에 입사한 신입을 보는 그 눈빛, 묘하게 겹치는 동선, 둘이 주고받는 눈빛, 그리고 누가 봐도 데이트 코스인 듯 한 그사람의 인스타 스토리.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알죠. 저한테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아니면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져있었던 건지 ㅎ
매일 지옥 같은 기분으로 출근해서, 온통 제 신경은 그 사람에게 쏠려있는 채로, 그 둘이 주고받는 눈빛과 웃음을 보고, 자꾸 스치는 둘의 스킨십을 보는 건... 정말 영혼이 갈려 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석달만에 몸무게가 5kg가 빠졌어요.
결국 도망치듯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운 좋게 더 조건이 좋은 곳으로 가게 됐지만, 마음이 계속 힘들었어요. 저 사람을 다시는 못 보게 된다는 생각 때문에 슬퍼지는 제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었어요. 친했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니는데 그 사람을 마주쳤어요.
아무 사이도 아닌 듯 웃으며 '고생 많으셨어요. 인연이라면 어디서든 만나겠죠?' 하고 그 사람이 말하는데 갑자기 정신이 차려지더라고요. 이렇게 회사에서 정면으로 날 보고 이야기를 나눈 거, 헤어지고 처음이기도 했고.
날 뭘로 보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그래서 그냥 남들 들으라고, 반말로 얘기했어요.
'티 다 나더라. 적어도 나한테는 사실대로 얘기했어야지.'
당연히 우리는 비밀연애였거든요. 뭐 알 사람은 알았겠지만 ㅎ
놀라서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되묻는 그 사람을 두고 돌아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 있었냐 묻는 회사 사람들의 카톡들. 말을 해줄까 말까 어디까지 말할까 고민이에요.
이직한 곳에서는 절대절대절대 사내연애 안할거예요. 진짜 너무 힘들었거든요. 오히려 마지막에 정 떼게 해줘서 다행이지만요.
오늘은 그 사람에게서 진짜 떠난 기념으로 맛있는 와인 한 병 사가야 겠어요. 뭐가 좋을까요? 비싸도 좋으니까 (그렇다고 막 50만원 이러면 안돼요)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퇴사 기념 이직 기념 나쁜놈에게서 졸업한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