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대 입실의 추억
벌써 20년도 넘게 지난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생각을 해보면,
쪼인트 까였던 정강이 아물다가 봉와직염 걸렸는데
매번 새벽 근무에 곪는 것도 모르다가 아침 점호 때에 어 이상하다 하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굴러 넘어져서 다리를 까보니 하도 곪아서 다리가 부어 있던 것도 모르고 있던 것이었죠.
소대장이 쪼인트 깐 새끼 누구야 했는데, 밀고자 되기 싫어 아닙니다 했었는데, 때리는 늠들이 뭐 한둘이었어야지
의무대 입실 가서 엄청나게 큰 항생제 주사 맞고 덜덜 떨고 있었는데
제 옆침상에는 눈속에서 밤수색 나갔다가 발이 온통 동상걸리고 그 발에 봉와직염 걸린 수색대 이등병이 있었지요. 의무대 애들이 야 한 새끼 죽어나가겠다 하면서 큰 항생제 주사 놔주고 밤새 붙들고 있었는데 침상 흔들리게 밤새 떨더라고요.
아무튼 추운 겨울 2주간 입실 생활 하는데 제 옆 침대에는 그놈이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장감차 조종수 녀석이 한 팔이 골절상 입고 입실해 있었습니다. 자기가 운전하던 장갑차가 뒤집어졌다고 했던가? 암튼 입실 생활 끝나면 큰일 났다고 했던 듯 하네요.
입실했던 녀석은 아니지만 트럭 운전병 녀석은 잠깐 졸다가 어디 박고 울면서 나 큰일났다 영창가는거 아니냐 했던 적도 있는데, 암튼 장갑차를 뒤집어 먹었으니 애고 영창 갔었으려나.
눈이 매우 많이 내렸는데 의무대 행보관인지 암튼 입실 병력들 놀고만 있지 말라고 해서 다리 한쪽 부어서 그냥 걷기도 힘들었는데 일제히 나와서 밀대로 눈을 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군생활 다들 힘들었겠지만, 사실 저는 그 때 힘들면서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여기는 내가 계속 있을 곳이 아니다. 이게 제 머리속에서 반복되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상병 꺾이고 저는 군대에서 내무실에서 굴러다니던 기타를 가지고, 기타 연주를 배웠습니다. 휴일이면 가까운 군악대에 놀러가서 군악대 애들 색소폰도 한번씩 불어봤던것 같고요.
말년 휴가 때 복학 신청을 하고 전역 다음날부터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생활이 극적으로 변화했지요.
전역 직전에 간부들 농담이었겠지만 너 말뚝 박아라 소리도 들었는데,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잘 보냈다는 얘기니까요. 수많은 녀석들이 영창도 가고 실수도 하고 하는데, 저는 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었고 말년에 내무실에서 기타나 치면서 리차드 막스 Now and Forever나 연습하며 보내다 무사히 전역하고,
결국 얼마 안되서 사법시험도 되었습니다.
힘든 생활이 당연히 없을 수는 없지만,
군대에서 한쪽 다리 퉁퉁부어 걷기도 힘든데 밀대로 눈을 치우면서, 여기는 내가 잠깐 있다가 갈 곳, 이런 생각 했던 시절도 있어서… 상당히 멘탈 잡기에 도움이 되는 추억(?)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