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은 망한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신 건 아닙니다. 그냥 요즘 잠도 오지 않고, 어디 털어놓을 곳도 없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올해 서른여섯 살이 된 여자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지난 10년, 정말 단 하루도 쉬어본 적 없이 소처럼 일만 했습니다.
남들은 제가 중견기업 과장이라니까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돈 좀 모았을 거라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지난 주 금요일이 월급이었는데, 카드값과 공과금 빠져나가고 남은 제 통장 잔고는 52만원이 전부입니다. 이게 제 전 재산이고요.
입사 3년 차 때 아버지가 사업 빚만 남기고 돌아가셨고, 충격받으신 어머니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외동딸인 제가 감당해야 할 현실은 너무 가혹하더군요... 겪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간병비에 병원비 등등 합치니 한 달에 400~500만원이 우습게 깨지더라고요.
제 월급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퇴근하면 부업을 하고, 주말에는 단기 알바를 뛰며 5년을 버텼습니다.
친구들이 명품 가방 사고, 호캉스 가고, 브라이덜 샤워니 뭐니 하며 결혼해서 아이 낳을 때... 저는 어떤 추억도 남아 있지 않네요.
엄마만 살아계시면 된다고 이 악물고 버텼는데 지난 달에 어머니가 결국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장례 치르고, 밀린 병원비 정산하고, 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던 빚까지 다 갚고 나니... 정말 거짓말처럼 통장이 0원에 수렴하더군요.
이제 빚도 없고 병원비 나갈 일도 없으니, 주변에선 "이제 네 인생 살아라, 지금부터 모으면 된다"고 위로해 줍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이 하나도 위로가 안 되고, 그냥 허무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꽃다운 20대와 30대 중반까지 제 청춘을 다 갈아 넣었는데, 남은 건 푸석해진 피부와 늙고 지친 몸뚱이, 그리고 텅 빈 통장뿐이라는 게...
남들은 이미 자리 잡고 남편이랑 아파트 청약을 넣네 마네 하는데, 저는 이제야 맨몸으로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입니다. 결혼은 무슨... 연애할 엄두도 안 나고요.
거울을 봤는데 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낯선 여자가 서 있더라고요.
너무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착하게 살려고 발버둥 쳤는데...
결과가 이러니까 제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 같고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만 듭니다.
저, 이제라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그냥 누군가에게 "그동안 욕봤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가 너무 듣고 싶었나 봅니다...
두서없는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