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표준 과제 10년 차, 내 인생의 '규격 외' 사랑 이야기
의료·보건 분야 국책 연구 과제만 파고든 지 어덧 10년 차..
제 뇌 구조는 이제 완전히 '공공 표준(Standard)'과 '정부부처 보고서 양식'으로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연애를 할 때도 대기업 전략기획 직무 팀장인 여자친구에게 밥 먹듯이 회사얘기 나누면서 "KPI(핵심성과지표)가 뭐냐", "리스크 관리 대책을 세워라"라며 훈수를 두기 일쑤였죠.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대형 정부 사업을 따내느라 밤샘 야근과 철야 회의가 밥 먹듯이 이어지던 지옥 같은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제 눈은 토끼 눈이 되었고,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와 공공의 적 수준이었죠.
그때, 저보다 늦게까지 남아 보건 의료 데이터 표준화 코딩을 잡고 있던 신참 연구원 후배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제 모니터 앞에 따뜻한 유자차 한 잔과 함께 포스트잇을 툭 붙이고 가는 겁니다.
"수석님, 이번 국책 사업 최종 평가지표에 '수석님의 미소' 항목은 빠져있더라고요. 탈락 위기니까 빨리 웃으세요. 데이터 표준은 제가 지킬 테니, 수석님 미소 표준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아니, 10년 동안 딱딱한 정부부처 공문과 보건 표준 지침만 읽고 살던 제 뇌에 이 무슨 감동적인 알고리즘 오류란 말입니까?
그 멘트 하나에 10년 차 연구원의 딱딱했던 심장이 폭행당했고, 결국 그 후배와 저는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은 물론, 지금은 인생의 '영원한 공동 연구자'가 되어 알콩달콩 잘 살고 있습니다.
딱딱한 국책 과제와 의료 표준 속에서도 이런 '달달한 예외 조항'을 찾아낼 줄이야... 대한민국 정부 사업 만세, 그리고 내 사랑 만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