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용인데, 집에 연락하기가 싫습니다.
어머니와 관계를 줄이자니 어머니가 불쌍하고 안타깝고
저 혼자만 생각하자니, 정서를 위해 단절하고 싶네요.
한편으론, 저 편하자고 엄마를 외로이 두다니, 죄책감도 들고요...
개천 용 출신인데,
개천에서 용나봐야, 이정도는 그냥 흙탕물 뒤집어쓴 구렁이 정도라서...
엄마에게 돈 넉넉히 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엄마를 뵐 때마다 정신이 아프고, 타격이 몇일~몇주는 갑니다.
이번에는,
- 내 자식 잘 난 줄 알았는데, 하찮다.
- 너는 왜 아직도 돈을 잘 못 버느냐?
- 너는 왜 명문대에 못 갔니?
- 어디 말하기가 부끄럽다
이런 말을 하시길래
-> 인간은 대체로 하찮고, 하찮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 돈은 엄마가 좀 많이 벌어 보시라. 나는 즐겁게 살거다. 내 성향은 돈 버는거랑 거리가 좀 멀다.
-> 고등학교때 공부만 잘했지 입시가 뭔지도 몰랐는데, 어떻게 대학을 잘가냐.. 가진 것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한다.
-> 엄마 스스로가 잘나 보시든가.
라고 대꾸했으나,,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답답합니다....
+) 많은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에 모두 댓글 드리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이렇게 글을 수정합니다.
디테일한 사정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공감을 얻으면서 힘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하 이야기 센치 주의보 ----
어머니와 관계 노력으로 심리치료, 정신과 진료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거부하셨기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한 병원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심리치료를 오랫동안 받았습니다. 벌어서 심리치료에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유년시절 상처로 많이 아팠고 많이 나아졌습니다.
의사선생님, 심리상담사 선생께서는 단절을 권유하셨지만,
저는 아직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힘이 났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답답하실테고,
어떤 분께서는 불효자로 보이시겠지만,
적당한 거리에 두고, 폭언 듣더라도 엄마와 계속 함께 해 볼 생각입니다...
저는 딸입니다. 왜 너는 결혼으로 신분상승 못하느냐는 폭언을 듣는데, 요즘은 이 점이 가장 힘듭니다. 저는 그냥 평범하고 성실하고 저를 아끼고, 제가 아낄 수 있고, 평생 믿음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남자면 행복한데..(사실 이런 남자 세상에 몇 없더라구요).... 제가 눈이 낮다 합니다...
제 생각에는 남편 컴플렉스로 사위를 남편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유니콘을 믿는 것 같은데, 엄마 말대로 제가 눈이 낮은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현남친은 직업이 평범한 점 빼곤 유니콘인데... 이점은 아직 헷갈립니다.
제가 평범하게 결혼하면, 엄마는 딸이랑 둘이 오손도손 사는 꿈을 달성할 수 없고, 심지어 돈도 없는 상황이 싫으신게 아닐지... 저는 이기적이게도... 엄마가 제 결혼으로 조금 외로워진다 하더라도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길게 말해봐야 소용없는 것 같아 말을 줄이겠습니다.
대화에 대해서,,, 대화가 조금만 길어지면, 아버지 욕이 시작되고 언성이 높아지다가 입에 거품까지 무십니다... 이건 저 뿐만 아니라, 누구와 대화해도 마찬가지셔서... 친구가 없으십니다..
이 레파토리를 끊으려고 정신과도 심리치료도 시도한건데,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하십니다.
저도 아버지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제 학원비도 훔쳐가고 용돈도 훔쳐가고 하셔서.. 학원은 당연히 못 다녔고,, 용돈이 없어서 친구랑도 못어울렸던게 화가 나서요... 제가 보안을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책상 위에 돈봉투 올려두고 한게 잘못이죠...
엄마한테 말 못해서 그달 학원 다닌 척 하고, 다음달부터 학원은 유치해서 안다니겠다 했습니다... 그때는 부모님이 싸우는게 더 무서웠어서...
오래 생각하고 깊게 생각할 수록 머리가 아파옵니다...ㅎㅎ
상상 속의 엄마를 만들며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럴 마음이 아니었다고,
엄마의 따뜻한 속마음도 꺼내면서
다시 열심히 살면서 잘 지내 보겠습니다.
엄마의 환경이 힘들었던 것 이해합니다.
다만, 저에게 감정쓰레기통 하시는거는 폭력이죠.. 네.. 폭력이죠..
버리려고 했는데 키웠다. 그때 버리고 떠났어야 했는데 .. 같은 말들.. 다 상처입니다...
제가 엄마면 그럴까? 생각하면... 엄마가 워낙 힘들게 사셔서 그럴 수도 있겠다 .. 싶어 앞으로도 감싸 안을 것입니다.
아니... 제가 엄마였다면, 그 환경을 박차고 뛰쳐 나갔을 것 같습니다. 애들도 다 데리구요... 그치만 .. 사람마다 용기도 다르고 하니까요.
눈물이 찔금 나오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