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전략)콘텐츠도 DIY, 셀프콘텐츠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콘텐츠의 환경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뉘어 있었고, 소수의 생산자가 다수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콘텐츠는 넘쳐나고,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며,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파편화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진부함과 무관심입니다. 콘텐츠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정작 나와 깊이 연결되는 이야기는 점점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아도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르고, 조금만 지나면 식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자극적인 콘텐츠조차도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화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보였지만, 역설적으로 또 다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지만, 그 결과는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가 끝없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취향은 맞을지 몰라도, 놀라움은 줄어들고, 감동은 점점 옅어집니다. 파편화된 관심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좁은 세계에 머물게 되고, 그 안에서도 곧 포화 상태를 느끼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바로 셀프 콘텐츠의 시대입니다. 더 이상 남이 만들어준 이야기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 나와 무관한 콘텐츠에는 반응하지 않는 시대에는 결국 내가 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하고, 말하고, 정리하고, 스스로의 생각과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즐기는 방향으로 흐름이 이동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입니다.
셀프 콘텐츠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기를 쓰는 것,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운동 기록을 남기는 것, 투자 판단의 과정을 글로 남기는 것, 혼자 중얼거린 생각을 음성으로 저장하는 것, 이런 모든 행위가 이미 콘텐츠입니다. 차이는 단 하나, 그것이 ‘공유를 전제로 한 상품’이냐, 아니면 ‘나를 위한 경험’이냐일 뿐입니다.
인공지능은 이 흐름을 가속합니다. 이제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적 장벽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글을 쓰고, 정리하고, 요약하고, 구조화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훌륭하게 도와줍니다. 그래서 사람은 더 이상 “어떻게 만들지”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무엇을 남길지”, “왜 이것이 나에게 의미 있는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콘텐츠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이해와 자기 설계의 도구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셀프 콘텐츠의 시대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은 결국 자기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남의 삶을 구경하는 데서 얻는 자극보다, 내 삶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데서 얻는 만족이 더 커지는 순간이 옵니다.
앞으로의 콘텐츠 환경에서는 모두가 대중을 향해 말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각자가 자신만의 작은 우주를 만들고, 그 안에서 기록하고, 생각하고, 즐기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셀프 콘텐츠 중 일부만이 자연스럽게 타인과 연결되고, 공감과 확장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발전, 콘텐츠의 진부함, 개인화와 파편화의 극단은 우리를 하나의 결론으로 이끕니다.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는, 결국 나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콘텐츠는 점점 더 DIY(Do it yourself)가 되고, 셀프가 되며, 소비보다 창작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퇴행이 아니라, 오히려 콘텐츠가 다시 인간의 손으로, 인간의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