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부모님을 향한 나의 짝사랑이 깊어간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시트콤’ 그 자체였다. 퇴근하고 돌아와 다짜고짜 거실에서 탭댄스를 추던 아빠, “비밀 작전이다”라며 내 간식을 몰래 빼먹고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던 엄마. 그 시절 부모님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크고 든든한 사랑을 주던 '히어로'들이었다. 나는 그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먹으며 쑥쑥 자랐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성인이 되고 나니, 이 관계에 미묘한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이제는 내가 부모님을 향해 '지독한 짝사랑'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요즘의 나는 부모님에게 완전히 '입덕'해버렸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기적의 논리로 창조해내는 엄마의 손가락을 보며 귀여움에 몸서리치고, 엉뚱한 건강 상식을 신뢰하며 매일 아침 생마늘을 씹는 아빠를 보며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하고 감탄한다.
어릴 땐 부모님이 나를 챙겨주느라 바빴지만, 지금은 내가 부모님의 눈치를 본다.
"엄마,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까!"라고 짐짓엄한 척하지만, 실은 엄마가 헤맬 때 보여주는 그 멍한 표정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부모님은 아실까.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나고, 어디 예쁜 곳만 가면 이 엉뚱한 콤비를 데려와 사진을 찍어주고 싶은 내 마음은 영락없는 짝사랑이다.
부모님은 내가 챙겨주면 "이제 다 컸네" 하고 덤덤하게 넘기시지만, 나는 오늘도 그분들의 엉뚱한 매력에 푹 빠져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해드릴까' 고민한다.
어릴 적 부모님이 주셨던 사랑은 '내리사랑'이었다면, 지금 내가 주는 사랑은 '올려드리는 짝사랑'이다. 비록 그분들은 이 짝사랑의 깊이를 모르고 또 엉뚱한 사고를 치시겠지만, 나는 이 유쾌한 짝사랑을 평생 멈출 생각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우리 집 엉뚱이들, 앞으로도 내가 더 많이 좋아할 테니까, 부모님은 그저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엉뚱해 주시길